사라짐의 기록
잠에서 덜 깬 채로
머리맡에 놓인 펜을 집어 든다.
눈꺼풀은 여전히 무겁고,
장면들은 손끝에서 미끄러진다.
방금 전까지 나는
어느 시골의 낡은 골목을 걷고 있었다.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가 울었다.
돌아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 장면들을
빠르게 옮겨 적는다.
문장의 파편,
쓰는 순간에도 희미해져가는 순간을
세게 눌러 적는다.
꿈 일기는 늘 불완전하다.
다 적은 것 같지만,
막상 글로 옮기면
틈이 숭숭 뚫려 있다.
그 빈틈 속에서
나의 것들로 다시 채운다.
어쩌면 꿈은
내가 미처 말하지 못한 마음을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낯선 길, 사라진 대화들,
익숙한 얼굴들 속에서
나는 늘 나를 만난다.
아침이 밝아온다.
꿈은 종이 위에서만 남는다.
나는 그 기록을 통해
오늘을 조금 다르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