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을 J는 돌아간다고 표현했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라진다는 말 대신 돌아간다는 말을 쓴 이유가 궁금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밤하늘을 볼 때마다 그 말을 곱씹곤 했다. 오늘 밤, 별이 유난히 가까워 보이는 언덕 위에서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싶어 졌다.
“바다, 저 빛은 뭐야?”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야.”
바다는 평소처럼 담담했다.
“돌아간다고? 하늘로 영영 사라지는 거야?”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야. 형태만 달라지는 거야. 어떤 모습으로든 계속 함께 살아가.”
바다의 대답은 이해보다 더 어려운 질문들을 남겼다.
잠시 말이 사라졌다. 나무가 퍼뜨리는 바람소리만 들린다. 그 리듬에 맞춰 숨을 고르자 흙과 풀, 그리고 먼 빛의 냄새가 섞여 나에게로 왔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언젠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고 J가 말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J는 아마 이 감각을 말한 게 아닐까. 설명으로는 닿을 수 없는 세계, 존재로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그 세계를.
그때, 저 멀리 보이는 큐브 하나가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달빛 때문인가 싶었지만, 이내 그 빛이 스스로의 힘으로 강해지는 걸 느꼈다. 유독 그 하나만이 깨어나는 듯하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뜬다. 큐브는 이제 거의 투명해져 있다. 형태가 흐려지더니, 이윽고 빛의 알갱이들이 하나로 합쳐져 하늘로 올라간다. 마치 생명이 단단한 껍질을 벗고 태초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처럼 빛은 아주 부드럽게 흩어진다. 지금까지 의문을 가졌던 것이 한번에 풀리는 듯하다.
그 광경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술이 떨린다. 죽음이란 이렇게 빛으로 돌아가는 일이구나. 누군가의 마지막이 사라짐이 아니라 다시 세상과 섞이는 일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람 속에도, 물결 속에도, 그리고 별빛 속에도 이미 그들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오래도록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로 뻗어가는 별똥별들이 직선을 그리며 사라졌다. 그 궤적은 짧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은 누군가의 마지막 숨결이자, 또 다른 누군가의 첫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