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오늘따라 유난히 가까워 보인다. 손을 뻗으면 닿을까 싶어 힘껏 뻗어보지만, 공기의 흐름조차 바꾸지 못한다.
그때, 자연이 쏟아내는 소리 사이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도 별이 보이네.”
바다와 나는 동시에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는 처음 보는 형체가 서 있었다. 빛의 잔상이 형태를 만든 것 같았고, 그 안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눈 두 개가 떠 있었다.
나는 놀라 숨을 삼키는 사이, 바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야…?”
그 존재가 낮게 말했다.
“나는 루프야. 큐브 바깥에서 왔지.”
“큐브 바깥에도 세상이 있어?”
바다가 물었다.
루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 하지만 여기서 나가려는 이는 많지 않아. 여긴 익숙하고 안전하니까.”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우린 여기가 전부라고 생각했어.”
루프는 천천히 말했다.
“이 안에서는 모든 존재가 자신이 전부라고 믿고 순환하지. 태어나고, 사라지고, 다시 빛으로 돌아가면서 세계가 유지되는 거야. 하지만 바깥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흘러. 여기서 백 년이 지나도, 거기선 한 순간일 뿐이야.“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럼… 우린 갇힌 걸까?”
루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스스로 문을 닫은 거야. 여기가 전부라고 믿는 순간 문은 닫히지. 하지만 마음의 틈을 열면, 문은 다시 열릴 수도 있어.”
바다가 묻는다.
“문은 어디에 있어?”
루프가 미소 지었다.
“문은 장소가 아니야. 마음을 열고 다른 차원을 생각하면, 공간이 문 앞에서 이어지는 순간이 있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어려워…“
루프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너희는 틈을 보고 있어. 죽음을 인식했고, 돌아감을 느끼고 있지. 그 빛은 큐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너희가 상상하기 힘든 세계와 연결될 수도 있어.“
그 말에 바다와 나는 숨을 멈췄다. 빛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임을 깨달았다.
루프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큐브가 닫히기 전에 선택해야 해. 이 안에서 계속 순환할 건지, 바깥으로 나아갈 건지.”
나는 문을 바라보았다. 두려움과 기대가 동시에 스며든다. 한 걸음만 내딛으면 모든 것이 달라지겠지만, 아직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바다가 옆에 있어 마음이 조금 놓였다.
“바다, 같이 나가자.”
바다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여기 남을래. 내가 준비했던 돌아감을 느끼고 싶어.”
힘이 빠진 나는 결정을 유예한 채 문 앞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