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올 초가을은 유난히 더웠다. 작년과 비교해 더 긴 더위가 이어지면서, 나는 매일 "찐 가을은 언제쯤 오려나?" 하고 기다렸다. 그러던 중, 오늘 드디어 가을다운 날씨가 찾아왔다. 추분을 맞이하며 서늘한 공기가 옷깃을 스치고,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을 감싸는 순간, "이제야 가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을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아이와 급하게 카페 나들이에 나섰다. 가을 날씨를 만끽하기 좋은 야외 자리는 예상대로 만석이었지만, 한참을 기웃거리며 기다린 끝에 드디어 빈자리가 보였다. 아이의 손을 잡고 서둘러 자리를 차지했다. 마치 작은 전투에서 승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를 위한 사과주스를 주문했다. 그리고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치즈와 올리브가 듬뿍 들어간 빵도 잊지 않았다. 내 아이는 유독 올리브를 좋아한다. 빵을 주면 꼭 올리브만 쏙쏙 빼먹는다. 다른 사람이 보면 편식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오늘도 아이는 올리브를 하나씩 골라 먹으며 환하게 웃었다.
빵에서 올리브 골라먹는 중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아이의 작은 손이 올리브를 골라내며 빵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그 장면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엄마, 이거 정말 맛있다!”라는 눈빛을 보내는 아이의 표정이 내 하루를 완성시켰다.
이제야 늦더위가 완전히 가시고, 가을이 진정으로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추분이 지나면서, 찬바람 속에서 따뜻한 커피 한 모금과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어우러지니 이 순간이 더없이 완벽했다. 마침내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생각에 작은 승리감을 느끼며 이 시간을 만끽했다.
가을은 한순간에 찾아오는 것 같지만, 그 진짜 시작을 느끼는 날은 이렇게 다가오는 법이다. 추분을 맞아 아이와 함께한 나들이는 나에게 올해 첫가을을 알게 해 준 소중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