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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똥

by 김제주


그날은 평범한 외출이었다. 남편,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간 날이었다. 차를 주차장에 두고 잠깐 식사를 하러 들어갔는데, 그 짧은 사이에 벌어진 일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남편의 차를 보니, 비둘기 똥이 차에 떡하니 앉아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둘기들은 그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하늘을 가르며 유유히 날고 있었다. 그 순간, 저 비둘기들이 우리의 하루를 완전히 어지럽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날 세차를 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 그냥 점심을 먹고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려 했을 뿐인데, 비둘기 덕분에 남편은 귀가하는 길에 세차장에 들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옆에서 남편이 차를 닦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어찌 보면 참 별것 아닌 일인데도, 비둘기 똥 하나에 하루가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게 조금 우스웠다.


문득 생각해 보니, 우리 삶의 대부분이 이런 식이다. 우리는 늘 계획을 세우지만, 그 계획은 언제든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의해 바뀔 수 있다. 그날의 불편함은 아마도 비둘기 똥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이 세차를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차가 깨끗해지면서 내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아마 나중에 이 일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올 것이다. 삶이란 어쩌면 이런 불편한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흘려보낼지를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일상의 중요한 일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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