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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밥은 기적을 불러올까

밥알과의 사투

by 김제주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아, 그 말로만 듣던 ‘밥태기’가 나에게도 찾아온 건가. 딸은 확실히 취향이 뚜렷하다. 채소? 거부. 쌀? 거부. 하지만 고기와 빵이라면? 용납! 치즈? 오케이! 이 작은 육식파는 채소와 곡류 앞에서 단호하다. "엄마, 이런 건 내 입맛에 안 맞아요"라고 말이라도 할 것 같은 눈빛을 보내며.


SNS 피드를 보다가 누군가 적어놓은 댓글을 보았다. "밥태기 아이들은 솥밥을 해주면 잘 먹어요!" 아, 그 말에 홀린 듯이 바로 솥을 사 왔다. 그리고 이내 주방으로 향했다. 쌀을 정성스럽게 불리고, 솥 사용 설명서를 펼쳐 보며 한 줄 한 줄 눈으로 따라갔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셰프도, 엄마도 아닌 작은 기적을 바라는 사람일 뿐이다.


솥에 밥이 지어지는 동안, 이 작은 솥이 나의 구원투수일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작은 실험으로 끝날지 생각해 본다. 솔직히 말해, 너무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존재는 매일 기대를 품는다. ‘부디, 맛있진 않아도 좋으니 제발 좀 먹어주길...’ 하고 말이다.


밥이 완성되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순간, 딸의 눈을 마주쳤다. 그 아이가 입을 떼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나는 깨닫는다. 사실, 이 싸움은 솥밥이 해결해 주는 게 아니다. 오늘의 노력은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사랑이란 결국 매일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것을.


아, 그래도 조금만 먹어주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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