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을 보며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이 아이, 굉장한 미식가 아닐까?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는 정도가 아니다. 포도의 품종을 가리고, 방울토마토도 딱 특정한 것만 먹는다. 도대체 어떻게 14개월에 이렇게 섬세한 취향을 가지게 된 걸까?
우선 포도. 그 작은 손으로 포도를 집어 들고는, 딱 한 입 물어본다. 그리고 곧바로 판단을 내린다. "오늘의 포도는 합격이야." 아니면 "이건... 다음 기회에." 내가 보기엔 다 똑같은 포도처럼 보이는데, 그녀는 신기하게도 자기가 좋아하는 품종만 골라낸다.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방울토마토는 또 다른 이야기다. 평범한 방울토마토는 그냥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돌려버리지만, 딱 그 특정한 달콤한 토마토를 주면 얼굴이 환해진다. "이거야!"라는 표정으로. 방울토마토가 이렇게나 많은 종류가 있다는 걸 나도 딸 덕분에 알게 됐다. 이쯤 되면 딸은 이미 자칭 ‘방울토마토 소믈리에(?)’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이런 딸의 섬세한 입맛 덕에 매일의 식탁이 작은 미식 축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리코타 치즈는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메뉴다. 그 작은 손으로 부드러운 치즈를 집어 들고 꼭 한 입 베어 물며 미소 짓는 그 순간, 나는 속으로 "그래, 오늘도 성공했어"라고 외친다. 마치 셰프가 별을 딴 듯한 기쁨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기, 버섯, 올리브, 치즈… 딸이 좋아하는 음식은 많지만, 그 섬세한 입맛 덕분에 오늘 완벽했던 메뉴가 내일은 "이건 아니야"가 될 수 있다. 미묘한 차이를 알아채는 그 입맛 덕분에 나는 매일 메뉴를 고를 때마다 마치 중요한 심사위원 앞에 선 셰프처럼 긴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섬세한 입맛이 즐겁다. 딸과 함께 식탁에 앉아 나누는 건 단순히 영양이 아니라 감정과 취향이다.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가 나에게 말해준다. "엄마, 이건 정말 맛있어." 혹은 "오늘은 별로야." 그 작은 판단들이 나를 웃게 하고, 매일 조금 더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게 만든다.
언젠가 딸이 자라면, 지금 이 순간이 그리워질 것이다. 그녀가 까다롭게 골라내던 포도 품종, 방울토마토의 미세한 차이. 이 모든 섬세함 속에서 함께 나눈 우리의 작은 순간들이. 그리고 그때가 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 넌 언제나 입맛이 까다로웠지. 덕분에 엄마도 방울토마토 전문가가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