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검사를 받으러 가는 길, 갑작스럽게 몸이 이상해졌다. 당이 떨어진 것이다. 두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정신이 흐려지면서 신호가 파란 불로 바뀌었음에도 차를 멈춰 세워버렸다. 백미러를 보니, 뒤에 차가 멈춰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비상등을 켜려고 했지만, 당이 떨어진 상태에선 버튼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차를 검사소로 몰았다.
검사소에 도착해 아이를 뒷좌석에서 꺼내 안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여전히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이미 지쳐 있었다. 그때 대기실 구석에 놓인 작은 간식대가 눈에 들어왔다. 사탕 몇 개가 무심하게 놓여 있었는데, 그게 그날의 구세주처럼 보였다. 허겁지겁 사탕을 손에 쥐고 입에 넣으니 달콤한 맛이 퍼지면서 점차 정신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아이를 품에 안고 의자에 앉아보니, 한결 나아졌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이면서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았다. 세상 걱정 하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 아이의 얼굴을 보니, 나 혼자서만 모든 문제를 짊어진 듯한 기분이 들다가도 피식 웃음이 났다. 그 순간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한 가지 확실해졌다. 앞으로는 간식을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 만약 이 일이 출퇴근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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