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사진을 찍지 않은 날이다. 세상에, 내가 그렇게 꼼꼼하게 매일 찍어대던 사진을 놓쳤다니. 오늘따라 하루 종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체력도 바닥나니 카메라를 들 여력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이보다 먼저 ‘배고프다’고 느낀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안 난다.
평소 같으면 아이가 웃거나 장난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을 텐데, 오늘은 그저 아이가 웃는 게 미안할 만큼 지쳤다. “네가 행복해 보여서 좋긴 한데, 엄마는 오늘 조금 힘드네…”라고 속으로 변명을 해본다. 그래, 내가 사진을 찍지 않은 이유는 기록을 남길 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치자. 오늘만큼은 엄마도 휴식이 필요했다는 거지.
아마 내일은 다시 카메라를 들겠지만, 오늘은 아마 '잊혀진 하루'로 남겠지. 뭐,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 아이도 하루쯤 기록되지 않은 날이 있어야 추억에 균형이 맞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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