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다. 엄마와 함께 외식을 나갈 때면, 원래 가기로 했던 식당이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새로운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꼭 그때쯤 엄마는 말을 꺼내신다. "저기 새로 생긴 데 한번 가볼래?" 마치 '무계획이 계획이다'라는 삶의 철학을 체득한 것처럼,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운 제안을 하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르게 굴기로 했다. 미리 정해둔 식당으로 직진, 다른 곳에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다.
엄마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알아서 시켜"라는 말을 남기고 화장실로 향하셨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좋아, 이번엔 내가 주도권을 쥔 거야.'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하고 나서, 잠시 후 엄마가 돌아오셨다. 속으로는 혹시 '여기 말고 저기 갈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엄마는 조용히 이것저것 드셔보더니, 이내 한 마디 하셨다. "여기 오길 잘했다." 아, 그 순간의 승리는 달콤했다. 엄마의 선택을 잠시 벗어나도 세상은 여전히 평온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분이랄까. 물론 엄마는 늘 멋진 동반자이시고, 선택의 순간마다 풍부한 옵션을 주시는 것도 나름 스릴 넘치는 경험이다. 그래도 가끔은 내 선택이 통할 때,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