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주 Oct 05. 2024

외식


항상 그렇다. 엄마와 함께 외식을 나갈 때면, 원래 가기로 했던 식당이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의 새로운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꼭 그때쯤 엄마는 말을 꺼내신다. "저기 새로 생긴 데 한번 가볼래?" 마치 '무계획이 계획이다'라는 삶의 철학을 체득한 것처럼,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운 제안을 하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르게 굴기로 했다. 미리 정해둔 식당으로 직진, 다른 곳에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들어갔다.

엄마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알아서 시켜"라는 말을 남기고 화장실로 향하셨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좋아, 이번엔 내가 주도권을 쥔 거야.'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하고 나서, 잠시 후 엄마가 돌아오셨다. 속으로는 혹시 '여기 말고 저기 갈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엄마는 조용히 이것저것 드셔보더니, 이내 한 마디 하셨다. "여기 오길 잘했다." 아, 그 순간의 승리는 달콤했다. 엄마의 선택을 잠시 벗어나도 세상은 여전히 평온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분이랄까. 물론 엄마는 늘 멋진 동반자이시고, 선택의 순간마다 풍부한 옵션을 주시는 것도 나름 스릴 넘치는 경험이다. 그래도 가끔은 내 선택이 통할 때,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전 16화 휴식이 필요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