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 하나 있다.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홀부모 가정에서 자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은 할머니의 손맛과 음식에 녹아 있다. 이 경험은 내 또래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야기일 수 있다.
서울에 올라와 친구들에게 내가 어릴 적 매주를 밟았던 이야기, 장에 구더기를 건지던 이야기, 엿기름으로 조청을 만들었던 이야기를 하면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너 70년대 생 아니냐?"며 놀리는 친구도 있었다.
그 시절에는 콩을 털고, 깨를 털고, 거름을 주던 일이 달갑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를 요리사의 길로 이끈 중요한 경험들이었다. 그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술안주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지만, 이보다 더 잊히지 않을 화성의 향토 음식들을 기록해 두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직접 경험한 것들 위주로 풀어나가려 한다.
레시피 위주가 아닌 그 음식에 담긴 개인적 추억과 사유를 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