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둥어'로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말하는 누룩지는 갯벌을 기어다니는 그 망둥어가 아닙니다. 누룩지는 '장대'라고도 불리는, 조금은 생소한 이름을 가진 생선입니다.
어렸을 때 저는 바닷가 근처에서 대나무 낚시대를 들고 갯지렁이를 미끼로 던지곤 했습니다. 물속으로 낚싯줄을 넣자마자 느껴지는 파르르한 진동은 어린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죠. 그때 잡혔던 생선 중 하나가 바로 누룩지였습니다. 한 번 낚시를 가면 열 마리 넘게 잡아오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잡아온 누룩지를 할머니께 드리면,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손질하셔서 베란다 밖에 줄로 엮어 반건조 상태로 만드셨습니다. 그렇게 말린 누룩지는 냉장고에 보관하다 쪄 먹거나 매운탕을 끓이는 데 사용하곤 했죠.
사람에 따라 비린내를 싫어할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그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참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개흙 냄새, 생선 비릿한 냄새,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향이 섞여 어우러지는 냄새. 누룩지의 냄새는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한 향입니다.
누룩지 매운탕, 그리운 맛
누룩지를 이용한 매운탕은 제 어린 시절의 별미였습니다. 할머니는 호박을 큼직하게 썰어 넣고 새우젓과 청량고추로 간을 맞추셨습니다. 미원을 살짝 넣고 들기름으로 마무리한 국물은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었습니다. 그 국물을 밥에 살살 비벼 먹는 맛이란, 정말 꿀맛이 따로 없었죠.
서울에 올라와서는 이 맛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누룩지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 바닥을 기어 다니는 짱뚱어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습니다. 누룩지는 비슷한 생선들과는 분명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누룩지와 고향의 문화
경기도 화성에서는 누룩지를 '장대'라고도 부르며, 지역 방언과 함께 음식 문화도 독특하게 발달했습니다. 화성은 과거 무역의 요충지였고, 당성이라는 지역까지 물길이 닿았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언어와 음식 문화가 어우러졌습니다. '가위'를 '가새', '귀퉁이'를 '가생이'라고 부르는 등 화성만의 독특한 단어가 지금도 사용됩니다.
이러한 언어와 음식은 단순한 생활의 일부가 아니라 고향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저와 누나도 고향 사람들과 통화할 때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쓰던 방언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그리운 맛을 재현하며
현재 요리를 하면서도 그 시절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고향의 식재료를 어렵게 구해도, 할머니의 장맛과 손맛은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제가 가게를 열게 된다면, 이 고향의 향토 음식을 손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때를 위해 기록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소중히 여깁니다.
누룩지, 장대, 망둥어. 이름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저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고,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화성 출신이 아니거나 이런 음식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시도해 보세요. 특히 서신이나 백미리 같은 지역은 여전히 토박이들이 장사를 하며 정겨운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누룩지를 맛보며 저처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고향의 맛과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여러분과 누룩지 매운탕 한 그릇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