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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와 노래 16화

아빠의 전화

by 박성욱

가버릴 줄 몰랐다.

언젠가는 올 이별이라면서도

그날이 그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나는 어린 나였고,

아빠는 무섭고 어려웠다.


어리고 늙어버린 아들,

늙어버리고 어려진 아빠.


"사랑한다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보고 싶다고 말하던 아빠에게

나는 늘 바빴다.


조금 이따 전화할게.

나중에 보자.

다음에, 꼭.


늦은 저녁, 퇴근길.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던

낯익은 목소리.


"수고했어, 아들."


나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짧게 대답하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친절할걸.

조금 더 들어줄걸.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할걸.


조금 더,

안아줄걸.


그렇게 빨리 가버릴 줄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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