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릴 줄 몰랐다.
언젠가는 올 이별이라면서도
그날이 그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나는 어린 나였고,
아빠는 무섭고 어려웠다.
어리고 늙어버린 아들,
늙어버리고 어려진 아빠.
"사랑한다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보고 싶다고 말하던 아빠에게
나는 늘 바빴다.
조금 이따 전화할게.
나중에 보자.
다음에, 꼭.
늦은 저녁, 퇴근길.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던
낯익은 목소리.
"수고했어, 아들."
나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짧게 대답하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친절할걸.
조금 더 들어줄걸.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할걸.
조금 더,
안아줄걸.
그렇게 빨리 가버릴 줄 알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