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이모 아빠 말고 나랑 결혼해요

by 은나무


내가 제일 아끼던 사진이 있었다.


오랜만에 그 사진이 보고 싶어 핸드폰 사진첩을 뒤져봐도 사진이 안 보인다.


아휴.


화가 나고 아이가 죽도록 미울 때마다 한 장씩 두장씩 삭제해 버린 사진 중에 그 사진도 버려졌나 보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아이가 제일 미웠던 순간이었겠지.


남편과 결혼 전 나는 아이랑 단둘이 버스를 타고 수원에서 원주에 사는 친정엄마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자주 보여줘야겠다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친정엄마는 아이를 처음 소개 한날 내게 말했다.


-너 절대 저 애 못 키운다. 네가 감당 못해

애가 보통이 아닌데 네가 어떻게 저 애를 키운다고

그래. 엄마말 안 듣다간 너 정말 나중에 후회할 테니

두고 봐.


-엄마 애들이 다 저렇지 남자애들이 까불고 그런 거지

할머니손에 커서 더 버릇이 없어서 그래

내가 잘 키우면 되지 걱정 말아~


라고 큰소리쳤지만 계속해서 걱정하는 엄마를 안심시키고 싶어 아이를 데리고 원주에 갔다.


그날 우리는 친정엄마 머리손질을 해드릴 겸 미용실에 갔다. 엄마가 머리손질을 받는 동안 나는 아이와 사진도 찍고 장난도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아이가 주섬주섬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뽀로로 반지 한 개, 하트구슬 달린 반지 한 개를 꺼내어 각각 나눠 갖자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하트반지를 새끼손가락에 끼워줬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이쁜 이모 아빠랑 결혼하지 말고 나하고 결혼해요

내가 이모 엄청 좋아해요 아빠보다 더 많이 좋아해요

이모랑 결혼하려고 구해온 반지예요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앞머리를 눈썹 위로 바짝 잘라 바가지 머리 스타일을 하고 하얀 얼굴이 참 맑았던

아이는 나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본인의 뽀로로 반지를 끼운 손가락을 내게 펼쳐 보이며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사진 여러 장을 찍어뒀다.

그리고 핸드폰 사진첩에 오래도록 간직해 두며 종종 찾아보던 내가 제일 좋아하던 사진이었는데 온종일 찾아봐도 사진이 없다.


아무리 화가 나도 사진을 삭제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했다. 순간의 기분으로 한 행동 때문에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리고 되돌릴 수도 찾을 수도 없게 되었다.


그날 그렇게 반짝이는 눈으로 해맑게 웃으며 내게 반지를 나눠주던 그 아이와 행복을 꿈꾸며 미래를 계획했지만 어느새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존재가 되었는지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내가 제일 아끼던 그 사진은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내가 아이를 사랑하고 행복했던 순간의 사진은 여전히 남아있다.}}


영준이 6살때 제부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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