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점점 연세를 드시는 게 눈에 띄게 보였다.
여전히 어머니에게 받았던 마음의 상처가 눈 녹듯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의 어머니고 아이들의 할머니다.
나는 남이 될 수 있어도 내 아이의 할머니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다.
용서하고 용납하는 것이 가족이다.
나도 두 아들의 엄마이고 언젠가 시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나만의 사랑법이 내 자녀들을 지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를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해도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남편의 어머니 아이들의 할머니 어머니의 삶을 존중하기로 했다.
어느새 둘째가 10살이 되던해 2023년 나도 내 일을 하고 싶어졌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처음엔 10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다 보니 목말랐던 내 소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작년 어느 날 10년 전보다 많이 약해지신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친정엄마는 딸하나밖에 없다는 핑계로 수시로 챙겨 드렸지만 시어머니는 딸 같은 마음으로 챙겨 드린 적이 없었다.
많이 약해지신 어머니께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생겼다. 나는 어차피 일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빠지면서 허세는 떨 수 있고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아들손자 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아이들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시댁에서 그나마 가까운 바닷가 강화도 대형 풀빌라 펜션을 찾아 예약했다. 이왕에 독채로 된 큰 곳을 예약해서 애들 고모네 식구들까지 초대했다. 나 대신 고모가 역할을 잘해줄 거 같았고 이참에 시어머니께서 아들딸 손자들과 여행을 즐기시면 행복해하실 거 같았다.
일하는 며느리의 허세는 역시 통했다.
남편은 물론 다들 너무 고마워했고 특히 어머니께서 기뻐하셨다.
-엄마 생각해 주는 건 항상 우리 막내며느리 밖에
없구나. 고맙다 어미야 덕분에 행복하게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즐거웠다. 비쌌을 텐데 고맙다. 일하느라 너는 함께 하지 못해 아쉽구나. 영재 영준이 잘 키워줘서 항상 고맙다.
-어머니 즐거우셨어요? 저는 일 때문에 못 가서 아쉬워요. 그래도 좋으셨죠? 다음에 또 보내 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막내야.
내 엄마랑도 인연을 끊네 안 끊네 하는 마당에 시어머니랑은 더 어쩔 수 없는 일인 거 같다.
문제가 생기면 직면하고 부딪혀 해결하는 방법을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며 용서와 용납을 배우며 우리는 또 한걸음 인생의 길을 걸어간다.
그나저나 허세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로 부려야지
크게 한번 부렸다가 휘청이던 허리가 오래도록 휘청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