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다들 그렇게 버티는 거야"
처음엔 그냥 옆에 앉아
따뜻한 물 한 잔을 주고
맥주를 따르며 웃는 일이었다.
노래방이라고 했지만
노래는 들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누군가 자기 얘기를 들어주는 것에
돈을 쓰고 있었다.
“어린 게, 왜 이런 데서 일하냐?”
“너 같은 애는 여기 오면 안 되는데.”
그러면서도 한참을 함께 있었다.
수연은 말없이 웃곤했다.
웃는 게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값싼 위로였으니까.
거기엔
수연보다 어린아이도 있었고
수연보다 훨씬 나이 든 언니들도 있었다.
모두가 웃고 있었지만
실은
아무도 웃고 있지 않았다.
“야, 우리끼리라도 서로 잘 챙기고 살자.”
그렇게 말하던 언니는
어느 날 아침
연락이 끊겼다.
**‘사라지는 사람들’**을
그곳에선 아무도 묻지 않았다.
수연은 어느새 잘 웃는 아이로 통했다.
남자들에겐 ‘듣기 좋은 리액션’을 잘했고
언니들에겐 ‘눈치 빠른 애’로 통했다.
하지만 아무도
수연이 혼자 있을 때
어떻게 울고 있는지는
몰랐다.
“수연아, 너 왜 이렇게 조용해?”
“그냥요. 피곤해서요.”
내 안의 말들은
점점 무뎌졌다.
감정은 잘 정리된 서랍처럼
안 보이게 밀어 넣는 법을
익혀갔다.
어느 날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퇴근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을 때
늦은 손님이 들어왔다.
술에 많이 취한 중년 남자였다.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헛소리를 해댔다.
수연은 옆에 앉아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나…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가족이 날 버렸어… 자식도, 마누라도…”
말끝마다 눈물이 묻어 있었다.
수연은 순간
그 사람 얼굴에서
엄마의 얼굴을 봤다.
벗어날 수 없던 사람.
그래서 외로웠던 사람.
그날따라
노래방 안은 유난히 조용했고
그 사람의 울음이
수연의 귓가에 오래 머물렀다.
퇴근길
비에 젖은 운동화를 끌며
집으로 돌아가던 길.
유리창에 비친 수연의 얼굴은
어느새
너무나 익숙한
‘낯선 사람’의 얼굴이었다.
수연은 거울을 보며 웃었다.
웃기지 않았다.
그래도 웃었다.
웃어야 살아지는 삶이니까.
“그 시절 나는
사람이 무서웠고,
사람이 그리웠고,
사람이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