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전 437Km (1) 계획 세우기
제주 올레길은 27개 코스에 총거리가 437Km이다.
이 길을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걸어서 완주하는 사람도 많다. 나도 올레길 중에 몇 개 코스는 이전에 걸은 적이 있었다.
기왕 걷기로 한 김에 올레길을 주욱 이어서 완주하기로 했다. 한 번에 걷는 것에는 서너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째, 걷는 내내 필요한 옷가지나 필수 휴대품을 배낭에 넣고 걷는다.
아예 텐트를 갖고 다니거나 걷다가 멈춘 곳에서 숙소를 잡아 쉬고 다음 코스로 걷는다. 비용이나 효율적인 면에서 좋고 자신의 모든 짐을 지고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걷는다는 점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순례자의 느낌도 들 것 같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한 달 가까이 걸을 수 있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둘째, 한 달 살이 숙소에 머물면서 걷는다.
짐을 가볍게 지고 걸을 수 있어서 좋고 짧은 기간이지만 안정된 숙소가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다. 잘하면 싼 숙소를 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작은 섬이 아니다. 섬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려면 두 시간 가까이 걸리므로 한쪽에 숙소를 정하면 코스 위치에 따라서 왕복 이동 시간이 거의 세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셋째, 올레캠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숙식은 물론이고 올레길 출발점과 도착점까지 이동도 알아서 해 준다. 여럿이 다닐 수 있고 가이드도 있어서 올레길을 걷다가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한 염려도 적다. 여성 혼자 올 경우 아주 좋은 방법이다. 비용이 조금 부담스럽다.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선택했다.
제주도를 네 개 구역으로 나누되 그 기준은 숙소에서 출. 도착점까지 이동 시간을 최대한 30분 정도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숙소는 편의성을 감안해서 저가 호텔을 찾아 하루당 4~5만원 정도로 해결하려고 했다. 한 달 정도 머물 예정이므로 올레길 외에도 오름이나 핫스팟도 편하게 가볼 수 있게 차를 갖고 가기로 했다. 출발지까지 자차로 가고, 도착지에서 출발지로 돌아올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일정은 딸기 농사가 끝나는 5월 중순에 출발하는 것으로 했다. 1일 1올레 걷기, 주 1회 휴식, 휴식 기간 중 가볍게 오름이나 섬을 다녀오는 것을 기본 계획으로 잡고 약 한 달을 머물기로 했다.
4개 구역 및 예상 일정(지도에 표시)
- 출발 전에는 전반기 두 구역의 숙소만 예약을 하고 후반기 두 구역은 제주도에 가서 예약을 했다.
기본적인 일정과 숙소 등을 결정하고 다른 준비물도 챙겼다.
내가 워낙 계획형인 데다 일하면서 몸에 밴 습성 덕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맞춰 대비책을 세웠다. 그럴수록 걱정도 같이 쌓였고 짐의 부피도 커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비 오는 날을 대비해서 우산을 준비했다. 제주는 바람이 많이 불어 비가 좌우로 내린다니 일회용 우의를 장만했다. 일회용은 바람에 찢어질 수도 있어 캠핑용 비옷을 추가 구입했다. 비가 오면 신발이 젖을 것이 걱정이 돼서 빗물 방지용 덧신을 구입했다. “일이라면 그보다 더한 준비를 하겠지만, 이건 놀러 가는 거다.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도 즐거움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거다“ 라는 생각과 주위의 조언으로 준비물 챙기기를 멈추었다.
그 후에도 상세 일정 그리고 비용까지 엑셀시트에 정리하기를 수 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마침내 출발 준비를 끝냈다.
- 광치기 해변은 올레 1코스 종점이자 2코스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