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
돈은 유동성, 유동성은 움직이는 것, 유동성의 가장 큰 가치는 시간이라고 정의해 봅시다. 그런데 나에게는 여전히 기준이 없습니다. 무엇에 비해 얼마나 느린지, 어느 정도 빨리 가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우리 기준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리스크를 이야기해 보죠.
나는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삽니다. 주말이 되면 배달 어플 켤 힘도 없을 정도로, 누군가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누군가는 몸에 베인 쉰내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힘듭니다. 그런데 내가 느리다니요.. 너무 억울합니다. 열심히 사는 것도 억울한데, 느리다고 까지 하다니.. 너무 한 건 내가 아니라 나에게 충분한 돈을 주지 않는 고용주가 아닌가요? 성질이 머리 꼭대기까지 뻗칩니다. 억울한 것은 억울한 대로 두고,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냉정하게 내 통장을 한번 바라봅시다. 그게 우리가 해보기로 한 것이었으니까요.
지난달에 비해 뭘 더 쓰고 뭘 덜 썼는지 기억이 날 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대략 지난달 이때쯤 내 통장에 얼마가 남았었는지는 알고 있죠. 나는 지난달에 비해 얼마나 남았나요? 플러스인가요, 마이너스인가요? 좋습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소합니다. 가만히 다시 생각해 봅시다. 나는 작년 이맘때쯤 보다 플러스인가요? 마이너스인가요? 흠… 조금 알쏭달쏭 합니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 소비에 대한 큰 변수가 있었다면 확실하겠지만 그저 먹고 자고, 월세 내기만 했다면 명확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내가 아닌 주위로 조금 둘러봅시다. 내 옆자리 동료는 어떤 것 같나요? 그 혹은 그녀의 소비 패턴이나 신변에 변화가 생겼나요? 그 사람은 플러스인가요? 마이너스인가요? 우리 회사는 어떻습니까, 아니면 우리 클라이언트는 어떤가요? 그들은 어떤 변화가 있어 보입니까? 조금 큰 바운더리를 주고 나를 그 한가운데 두었을 때 내 위치는 어떤 것 같나요? 앞선 것 같습니까? 뒤쳐진 것 같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년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라고 하실 듯합니다.
조금 더 객관적인 수치가 필요합니다. 아직 뭔가 미묘하게 감이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합니다. KDI가 2024년 6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의 대한민국 경제 성장률은 2.7%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2024년의 최저 시급이 2023년 대비 2.3% 올랐다는군요. 좋습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정기예금의 금리는 2.xx였죠. 여기에 몇 달에 한 번씩 발표되는 한국은행발 금리는 3.5%라는군요. 그렇다면 최소한 내 인컴이 매년 2.5%는 증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좋좋소는 최저시급 비율로 연봉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투쟁에 가깝습니다. 이 정도쯤 되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힙니다. 내가 따라가야 할 ‘돈이 움직이는 속도’ 가요. 즉,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매년 자신의 자산이 3.0%씩 증가해야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꽤나 보수적으로 잡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최소가 그렇다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통장의 돈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적금이자뿐만 아니라, 당신이 맡겨둔 월세 보증금, 자동차, 전세자금, 혹은 자산으로 취급할 수 있는 명품백까지 모두를 말하는 것입니다. 내 통장의 정기예금이나 적금은 느리나마 미적미적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월세 보증금과 전세금은 아예 꼼짝도 안 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당근에 올려서 팔아야지 했던 명품백과 여차하면 엔카에 올릴 요량이었던 자동차는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셈입니다. 아니, 우리들만의 소소한 일탈과 발칙한 반항인 명품백과 자동차를 이딴 취급을 하다니요.. 나는 이거 없었으면 스트레스로 세상 하직했을 몸인데 왜 우리 귀여운 아기들을 욕하나요?
아닙니다. 명품백과 자동차는 죄가 없습니다. 다만 당신의 ‘자산’에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당신의 자산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니, 우리 투자와 돈의 방향을 논하기 전에 ‘자산’이라고 불릴 만한 무엇인가를 마련해 놓는 것이 지금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있는 당신과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그래야 이 모든 이야기가 제대로 된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앞선 10 꼭지의 이야기에서 나만의 작고 소중한 통장과 부동산을 만들라고 한 이유입니다. 앞으로 명품백은 찢어버리고, 자동차는 돈 먹는 괴물이니 당장 팔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건 인생에서 너무 불합리하기 때문이죠. 다만, 그것은 그것대로 두되, 병행이 가능하다면 이제 작지만 자산을 만드는 행위도 한번 해보자는 거죠. 두 번째 강조드립니다. 시간이 곧 돈입니다. 아무리 작더라도 지금 시작하는 것이 나중에 훨씬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얼마의 돈을 모아야 자산으로써 가치가 생기나요? 이제부터 조금씩 이야기해 보고 그것과 리스크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