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구형아 Nov 02. 2024

집도 싫고 절도 싫어요, 저는 돈만 좋아요

‘쉽지 않음’

우리는 앞선 연재를 통해 유동성이 뭔지, 그걸 왜 움직이게 해야 하는지, 가장 단순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압니다. 제 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특히 집을 사라는 말, 빌라 따위를 사라는 말은 나를 우습게 알아도 너무 우습게 아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에게 ‘주택연금’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린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제 글이 번뜩 머릿속에서 떠올라 당신이 선택해야 하는 한 가지 선택지라도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사실 저축과 주택 구매를 통해 유동성을 옮기는 것은 대단히 소극적인 이동 방식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돈이 뛰어가는데, 나는 걸어서 쫓아가는 셈이죠. 그래도 쫓아가는 게 어딥니까. 맹탕 써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죠. 부동산은 크게 뛰어갈 수도 있는 자산이지만, 부동산은 자산 이외에도 하는 역할이 많은 데다가, 거래를 하는데 너무나 큰 비용이 듭니다. 물론, 그 비용과 덩치가 비교적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데다가, 부동산의 가장 큰 특징인 ‘깔고 앉아 있기’를 통해 굉장히 오랫동안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노다지가 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하죠. 요지는, 부동산은 이렇게 저렇게 옮기기에는 너무 많은 노력과 비용, 그리고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아무리 작더라도 부동산에 뛰어들기에는 너무나 정말로 너무나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실 이게 제일 큰 진입장벽이죠.


아직 갖지도 못한 자산에 큰 미래를 저당 잡히는 행동은 굉장히 두렵습니다. 너무 당연하죠. 집을 가진 사람들이야 다른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건 있는 너희들이나 할 소리고요. 불안한 미래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내가 가진 건 통장에 몇 푼. 이걸로 어떻게 해보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든 단말입니다. 나쁜 생각이 아닙니다. 지극히 당연하고 저 역시 매일매일 이런 불안에 쫓깁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하는 생각입니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또 다른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밖에서 보는 사람은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파도를 몸으로 한 번이라도 맞아보면 생각이 달라지죠



 바로 리스크죠.



리스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사실 없습니다. 파도가 치는 바닷가는 위험하죠. 다만 우리가 잘 모르는 건, 내가 수영을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입니다. 웃기지 않습니까? 위험은 잘 알면서 나를 몰라서 그 무서운 테트라포트 투성이 방파제에서 수영을 하겠답시고 뛰어듭니다. 왕년에 내가 광안리 물개였다며, 낚시를 16년 동안 해온 내가 그걸 모르겠냐며 거침없이 웃통을 벗습니다. 자산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납니다. 저 자산이 무섭다는 건 아는데, 내가 그 무서운 것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애초에 감이 없습니다. 바다 위에서 거친 파도를 멋지게 타고 있는 서퍼가 아침에 바람예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밀려오는 파도를 몇 개 카운팅 했는지, 이 해변에 이안류는 어느 쪽으로 몇 시경에 흐르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가 이 바닷가에서 몇 년 동안 수련을 했는지에는 관심이 없죠. 그저 멋있게 타는 그 모습이 부러워 해변가도 아닌 방파제 테트라포트로 몸을 던집니다.





앞으로 몇 가지 꼭지로 이야기해 볼 것들은 어떤 자산이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존재하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리스크를 마주칠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게 주 이야기가 될 예정입니다. 아마 그 내용은 앞선 집 사세요와 같이 마주치기 싫고 듣기 싫은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앞으로 할 이야기에서 드리고 싶은 내용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강남의 30억 아파트가 내 것이 아니듯이, 어떤 자산 같은 경우 ‘나’와는 아예 상관이 없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게 그 리스크를 지닌 자산의 탓이 아니라 결국은 내 자신에서 온 이유가 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그렇다면 타고나는 것인지,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인지, 나에게 필요한 건 뭔지, 우리 다 같이 생각해 봅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