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11
소설 속 문장을 깊이 읽고 왜 좋은지를 생각한 뒤 나의 이야기로 혹은 허구로 바꿔 쓰고 있다. 재미있다. 어려서부터 다른 책 보다 소설을 가장 좋아했는데, 어설퍼도 조금씩 써 보니 소설가라는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걸 자기들끼리만 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의 질투를 받는 대상이다. 부러운 이들. 대단한 사람들.
마지막 직장에서의 일이다. 워크숍 일정 때문에 무리를 지어 연수원으로 갔다. 강당에 앉아 다음 일정을 기다리는데, 옆에 앉은 동료가 말했다. 내가 글을 쓰게 생겼다고.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글쓰기 앱에 조금씩 쓴 적이 있다고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직원의 말은 참 감사하고 소중하다. 얼굴에 펜이 있다니. 너무 좋은 평가라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일 년 뒤 나는 글을 쓰겠다고 퇴사를 했고, 또 일 년이 지나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신기하다. 이런 것도 암시인가. 사진을 찍고 여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일기를 쓴 적도 있는데, 여행은 못 다녀도 사진은 찍으며 풍경을 즐기고 현재를 만끽하고 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지내는 삶, 너무 좋다.
이번 연재 <일기 2>를 마치면 이제 매일 글쓰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방향을 잘 잡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점검하고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
인생을 돌아보면 무언가를 '하고 싶다'라고 생각해도 바로 된 적은 없었던 듯하다. 항상 몇 년이고 시간이 걸렸다. 소설 쓰기도 그렇겠지. 언젠간 완성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