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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에는별땅에는꽃 Oct 14. 2024

나의 현재의 이야기

나의 현재의 이야기


일주일 전 그녀에게 편지를 한통 썼다.

문서에 저장을 해 놓고, 편지에 옮겨 담지 못한 채 고민만 하고 있었다.


어쩌면 늘 걱정만 끼치던 나를 내려놓고, 편안함에 이른 그녀의 호수에

내가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서로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통화하고, 대부분의 일상을 공유했던 우리가

이제는 편지 한 통을 써 보내는 것도 이렇게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해야 함에

제법 서글픔을 느낀다. 


그럼에도 잘해 나가고 있는 나의 상황을 알리고 싶었다.

또 내 그리움을 담아 전하고 싶었다. 

그녀에 대한 변치 않는 마음을 글로 나마 전하고 싶었다.


내 상황을 흔한 카카오톡으로 전하고 싶지는 않았다. 

쓰기에도, 그녀가 읽고 무시하기에도 그게 편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손 글씨가 주는 정성을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답장이 없어도 좋으니, 조금 더 아날로그적 방식을 선택했다.


한 글자 한 글자 내 마음을 꾹꾹 담아 쓰다 보니 2000자가 훌쩍 넘어갔다.

평소보다도 글씨가 이쁘지 않다. 정성을 담을수록 글씨가 자꾸 삐뚤 해 진다.

편지를 완성하고 읽고 또 읽었다. 


등기로 보낼까 했다. 혹시라도 타인에게 전해질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등기는 반드시 그 사람에게 보내져야 하는 방식이라 강제성이 묻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반등 기라는 방식으로 보냈다. 우체통에 도착했는지 여부만 확인이 된다.


우체통을 확인하지 않고… 방치되면 어쩌지… 걱정이 되긴 한다. 


우체국에서는 3일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

3일 뒤 그녀가 내 편지를 받아 읽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지 않았던 소식을 강제로 내가 보낸 건 아닐까. 


부디... 잠시라도 내 생각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나의 일상은 달라진 것이 많다. 

오늘로 금주를 시작한 지 37일째가 되었다. 

취해 있지 않으니 시간이 남는다. 


취해 있는 사라졌을 뿐인데 생각보다 많은 여유가 생긴다. 

그간 얼마나 취해 있었던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 정기적으로 보던 친구들도 보지 않는다.


대신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그리고 내 감정을.

머릿속에 쓸 글들을 나열하고, 쓰고 또 쓴다.

그럴싸한 글은 아니지만, 그냥 담백하게 내 감성을 담아낸다.


책을 보거나 글을 읽는 시간도 늘었다. 

술에 의지했을 때는 그렇게 잘 읽히던 글이 읽히지 않았다.

보통 자리에서 장편소설 반 권은 읽어 내던 

내가 채 10장을 소화하기 힘들었다. 


이야기 맥락의 흐름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으니,

몇 장 읽어도 다시 앞장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이제는 예전보다는 아니지만 제법 글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술이 주는 장점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단점만을 배우고

또 사용했을 뿐이었다. 백해무익 그 자체였지 않을까.


일주일에 한 번 병원을 가 상담을 받고, 약을 꾸준히 복용한다.

약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마음이 잔잔해 짐을 느낀다. 

약이 주는 멍함도 일시적일 뿐 이제 덜한 느낌이다.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 공허, 불안감은 걸음으로 달랜다.

고행길의 순례자 마냥 정말 다리에서 고통을 호소할 때까지

걸으면 그 또한 괜찮다.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취기로 잊었던 내 불안정한 마음을 온전히 나는 견디고 있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내 마음을 피하지 않고 맞서고 있다.

아주 조금씩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감내’라는 산을 오르고 있다.  


술을 끊어 봤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사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스로 만든 틀 안에서 이제 그만 나오라는데 

나는 끊임없이 그 틀 안에서 맴도는 느낌이다. 

내가 만든 틀이 잘못된 것일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앞으로도 나는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이다.

애초에 답이 없는 질문에 헤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를 돌보고 위하다 보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녀가 말한 내년이 오면,

그녀와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간절히 소망해 본다.


벗어날 수 없는 영겁의 굴레처럼 

따라오는 공허함을 잊고 싶은 갈망이 

부디 나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미래를 알 수는 없다. 

결과 또한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제 피하지 않으려 한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맞서보려 한다.


내 행복을 찾고, 평온에 이르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끝이 어떻게 될까.. 나는 끝끝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연재를 마치며-

지금까지 약 20일간 연재 하면서 저의 유년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를 되돌아봤습니다. 저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한 과정이었고, 그 과정에서 느낀 바가 많습니다. 글을 쓰며 향수에 젖기도, 또 그 순간으로 돌아가 추억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늘 외면하기만 했습니다. 소중한 것을 여러 번 잃고 나서야 마음의 병을 인정하고, 이제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문제를 인지하고 피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대로 마주 보려 합니다. 해뜨기 전 순간이 가장 어둡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그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하루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글을 쓰며 많은 치유와, 힐링이 되었습니다. 제 마음을 털어놓는 공간이 되어 줬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 글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편안함에 이르시기를, 또 소소한 행복을 느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는 연재일을 월, 토, 일로 조정하여 새롭게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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