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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게 맞는 크루즈 찾기

by Bora

크루즈 배들은 1년 내내 지구상 어딘가에서 운항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향후 3년까지의 운항 계획이 미리 정해져 있다.

계절에 따라 노선이 달라지므로 크루즈 선사들의 운항 루틴을 파악하면 원하는 크루즈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지역별로 최적의 크루즈 여행기간은 아래와 같다.

구글에서 퍼옴


적당한 크루즈를 찾기 위해 내가 애용하는 앱은 <Cruise Finder>라는 앱이다.


이 앱에 들어가 다양한 조건을 넣어서 나에게 맞는 크루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원하는 목적지와 기간을 넣은 후 적당한 가격과 코스를 찾아본다.


날짜순으로 찾아도 되고 가격순으로 찾을 수도 있다.




어떤 크루즈 배를 탈 것인가?


크루즈 배는 등급에 따라 크게 스탠더드, 프리미엄, 럭셔리의 세 가지로 나뉜다. 배의 크기보다는 승객 대비 승무원의 수와 서비스 수준에 따라 등급이 결정된다. 럭셔리 크루즈는 가격이 높고, 기항지도 일반적인 관광지보다 희소성이 있는 곳이 많다. 반면, 스탠더드 크루즈는 가장 대중적이고 저렴한, 호텔로 치자면 3~4성 정도의 비즈니스호텔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크루즈라도 전 일정 식사와 우수한 객실 서비스, 선내 여가 활동 등의 기본적인 서비스는 모두 제공된다.


나의 경우는 가성비가 뛰어난 스탠더드 크루즈를 선호하는 편이다. 스탠더드급 크루즈 중에서도 지중해에 특화된 MSC, 코스타 등 이탈리아 선사들의 크루즈는 더욱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한다.

미국 국적의 홀란드 아메리카 라인, 노르웨지안, 로열 캐리비안 등은 살짝 높은 등급의 스탠더드 크루즈라 할 수 있다.

또 같은 선사라도 스탠더드와 프리미엄, 또는 프리미엄과 럭셔리 크루즈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별 개수를 참고하거나 제시하는 가격을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크루즈 선사를 선택한 후에는 객실을 정해야 한다. 객실은 창문이 없는 인사이드룸, 창문이 있는 오션뷰룸, 창문은 물론 베란다까지 있는 발코니룸, 그리고 가장 크고 넓은 스위트룸까지 네 가지로 나뉜다.


처음 남미 크루즈를 갔을 때 크루즈 초보였던 나는 가격만 고려하여 인사이드룸을 선택했다. 방의 크기나 구조가 비슷해도 창문 없는 방에서 종일 머무는 날이면 마치 감방에 갇힌 듯 갑갑했다. 갑판이나 수영장에서 책을 읽으며 쉴 수도 있지만 나만의 공간에서 편안함을 찾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인데 사방이 막혀있는 곳에서 크루즈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다.


비드가 유행한 초기에 크루즈 안에서 확진자가 생기며 승객들이 각자 자기 방에 격리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창문조차 없는 인사이드룸에서 기약 없이 갇혀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 제일 안타까웠다.


내가 선호하는 객실은 오션뷰룸이다. 오션뷰룸에서는 창밖으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거나, 파도치는 바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된다. 기온이 따뜻한 계절이라면 베란다가 있는 객실을 선택하는 것도 추천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나에게 맞는 크루즈 코스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내가 이용한 크루즈 코스는 다음과 같다.

•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지중해 크루즈

• 발트해를 다니는 북유럽 크루즈

• 미국 플로리다 주변의 카리브해 크루즈

• 남아메리카 크루즈와 남극 크루즈


나일 크루즈와 갈라파고스 크루즈도 경험했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포함된 패키지 투어 형태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크루즈 여행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지중해 크루즈는 이탈리아(로마, 베네치아, 나폴리, 시칠리섬)를 중심으로 동지중해 코스와 서지중해 코스로 나눌 수 있다. 그리스 주변(아테네, 산토리니, 미코노스, 에페스)을 돌아보는 동지중해 코스와 바르셀로나에서 남프랑스와 몰타 주변을 들르는 서지중해 코스는 각각 일주일 정도의 일정이 일반적이다.


에게해를 항해하며 눈부시게 빛나는 산토리니섬의 새하얀 집을 볼 수도 있고, 몰타에 가서 옛 수도 임디나의 돌길을 걸으며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맛볼 수 있는 지중해 크루즈는 접근도 쉽고 몇 번을 가도 만족스러운 코스다.


북유럽 크루즈는 덴마크 코펜하겐이나 독일의 킬(Kiel) 등지에서 출발하여 기본적으로 코펜하겐(덴마크), 스톡홀름(스웨덴), 헬싱키(헬싱키), 탈린(에스토니아)을 기항하며, 일정에 따라 노르웨이 피오르드를 추가할 수도 있다.


물가 비싼 북유럽에서 크루즈 여행은 가장 경제적인 선택지이다. 배에서 내린 다음 그 도시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스칸디나비아 풍경과 문화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아름다운 피오르 관광은 그저 덤으로 따라온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가는 구간은 북유럽 크루즈의 하이라이트로, 스웨덴 영해에 들어가면 좁은 해협을 통과하면서 배 양쪽으로 자작나무 숲과 북유럽풍 별장이 있는 작은 섬들을 지난다. 마주치는 크루즈선과 요트들이 피오르와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을 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카리브해 크루즈는 보통 일주일 일정으로 동카리브나 서카리브해 코스를 돌게 된다. 나는 서카리브 코스를 예약했다가 배에 승선하고 난 다음에야 태풍 예보를 이유로 동카리브로 변경되었다는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 사전 연락도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트를 바꾸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당당한 직원들이 황당하기까지 했었다. 천재지변의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었겠지만 그만큼 동카리브나 서카리브가 코스 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카리브 크루즈를 타면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코스타마야에서 이천 년 전의 마야 유적지를 탐방할 수 있다. 카리브해의 투명한 물빛이 출렁이는 코즈멜에서 해변을 거닐 수도 있다.


남미 크루즈는 일단 승선지까지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접근하기 어려운 감이 있지만 일반적인 여행으로는 방문하기 어려운 특별한 곳들을 크루즈로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크루즈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코스라 할 수 있다.


지구 남쪽 끝에 있어 '세상 끝 도시'라 불리는 우수아이아에 가서 비글 해협을 항해해 보거나, 남 대서양의 외딴섬 포클랜드에 내려 펭귄을 만나보는 것은 남미 크루즈가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최고의 체험이 될 것이다.




크루즈를 선택할 때 코스만큼 중요한 것이 출발과 도착 지점이다. 크루즈 여행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승선지와 하선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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