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 부자엄마 Nov 22. 2024

사랑도 냄새가 나나요?

사랑도 냄새가 있다면.

일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헬로' 전화를 받았다.


'너한테 택배가 왔는데 냄새가 엄청 이상해. 오래 보관 못해줘. 빨리 가져갔으면 해.'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다. 누구지? 누가 택배를 보냈을까?


며칠 전 아빠가 택배를 보낸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빠일까?


밴쿠버는 웬만한 한국 물품은 다 구할 수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퇴근을 하고 꼬마를 데이케어에서 데려와서 택배를 찾으러 갔다.


'나 택배 찾으러 왔는데.'


컨시어지 직원이 벌떡 일어난다. 한 쪽 구석에 검은 봉지로 둘둘 싼 거대한 박스를 건넨다.

'으 엄마.' 이상한 냄새에 꼬마가 코를 막아 쥔다. 직원도 한마디 건넨다.

'조심해. 안에 뭔가가 있어. 냄새가 아주 bad 해.'


박스를 안아 들고 집에 왔다.


꼬마 옷이며 과자. 쌍방울 팬티며 스틱 커피가 들어있다.

시골 5일장에서 엄마 아빠가 산 것들이 들어있다.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는데 무거운 뭔가 툭 떨어진다.

겹겹의 비닐봉지에 수건에 옷에 둘둘 말아 있는 그것을 집자마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청국장'


예전에 한국에 갔을 때 청국장을 맛있게 먹었다. 엄마가 그걸 기억하고 집에 넣은 모양이다.

웃음이 난다. 귀여운 청국장들 녀석 덕분에 캐나다 우체국이며 컨시어지 직원이며 난리가 났었다.

태평양 건너 비행기를 타고 온 몸집 비싼 이 청국장 녀석들을 고이 냉장고에 넣어놨다.


냉장고에 냄새나는 사랑들이 가득하다.

이전 17화 15년째 캐나다 이민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