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식점을 한다면
대구에 단골 LP바가 있다.
창문도 없고 테이블도 2개. 바에 6명~8명 정도 앉을 수 있는 15평-20평 정도 되는 작은 가게다.
바쁜 날엔 자리가 없어서 사장님께 전화를 해두고.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하며 기다리다 가기도 하는 단골가게. 앉아있으면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적당히 눅눅하고, 어둡고, 행복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벽에는 빼곡하게 LP판이 들어가 있다. 신청곡 중 실물 LP판이 있으면 틀어 주시는데 자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노래가 흐른다. 황색의 어둑어둑한 조명과 책장에 꽂힌 LP판들의 꾸리무르 한 냄새, 작은 푸른빛의 어항, 그리고 낡은 크리스마스트리와의 조합이 기가 막힌다.
한날 사장님께 물었다.
"왜 여긴 365일 크리스마스 에요?"
"매번 올 때마다 행복하고 즐거우시라고!!"
크리스마스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행복'이니까 트리는 늘 같은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늘도 트리의 조명이 켜져 있다.
자잘하게 반짝거리는 조명이 사장님의 바람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하고 일도 바쁘고 한참을 못 갔다. 한 3년 만에 방문했는데 여전히 그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어릴 적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떡볶이집이 그때 그 느낌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설레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LP 바를 갔다. 날 3년 만인데도 알아보시고 늘 즐겨 듣던 노래를 신청하지 않아도 웰컴송으로 들려주신다. 사장남의 기억력도 기억력이지만 다시 그때 그 기분이 새록새록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감사한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크리스마스기분이다.
이런 추억이 가득한 곳. 정감 있는 곳으로 기억될 수 있는 일반음식점을 운영해보고 싶다. 음식의 종류는 정갈한 한정식이면 좋겠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오손도손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 엄마 손맛이 기억나는 오랜 시간 지나도 음식 맛이 변함이 없는 곳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