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없이 보내는 2024
날씨: 흐림
최고기온: 2도
최저기온: -3도
그늘진 구석에 외로이 있었던 차가운 민들레가
없어졌다. 내가 그 민들레를 처음본건 10월 말쯤이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 그 민들레를 생각한 사람은
나밖에 더 있었을까 하며 생각해 봤다.
10월에 봤던 그 민들레는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 민들레를 차가운 나에 비유해서
글을 올렸었다. 근데 그 민들레가 없어져 있었다.
민들레를 찾으려 구석을 찾아봤지만 그 구석에 있었던 건 흙에 박혀있는 민들레 씨앗 하나였다.
나는 이제 그 구석을 떠난다. 그 구석은 학교 급식실에
있는 구석이기 때문이다. 몇 시간도 채 안 남은 2024년도 나를 떠나게 된다. 한 순간의
1시간, 1분, 1초 그 시간들이 나를 떠나갈 때
나는 체감을 못한다. 1년은 나에게 큰 시간 단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월 31일인 오늘, 나는 그 1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글을 좀 더 쓸걸 하며 후회도
하지만. 2024라는 이름 아래에 있는 그 시간은
후회를 하기에는 미안했다. 나를 작가로 이끌어 주었고,
나를 살아있게 해 줬으며, 나를 품어왔기 때문이다.
미처 실감하지 못한 그 시간들은 처음이기에 멀었지만
알찼고, 끝이기에 가까웠지만 놓고 싶지 않았다.
그 겨울날의 바람은 내 코를 스치며 마지막
인사를 보내며 모습을 감춘다.
나는 그 인사에 대답한다.
"수고했어, 사랑했어,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