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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가고

어묵이 그리웠었던 밤

by 김정우

날씨: 맑음

최고기온: 18도

최저기온: 10도


다른 날들과 다르게 쌀쌀했던 어느 주일이었다.

어제였었다. 나는 더울 줄 알고 일요일이 되기 전 밤에

선풍기를 틀고 자서 일어나 보니 엄청 추웠었다.

아직 얇은 여름 이불 하나면 충분하지만 선풍기를

틀고 자서 그런지 추웠다. 그렇게 뭉그적거리며 일어나

옷을 차려입고 성당을 갔다가 잠깐 일이 있어 인천에

있는 동춘동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나니 어느새 7시가 되었다. 분명 여름에는 7시면 환했는데 이제 뜨거웠던 그 나날들이 지나니 나에게 남은 건 추위와 달과 도시의 불빛에 밀려 조금이나마 빛나던 직녀성이었다. 그런 어둠 속에서 빛내는 가로등을 가로질러 길을 걸었다. 날이 쌀쌀해지니 나에게는 따듯함이 필요했다. 그러자 내 눈에

보였던 건 어묵을 파는 술집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내가 들어가도 되려나 했지만

술만 안 먹으면 되겠지 하고 들어갔다. 메뉴에는 여러 어묵이 있었다. 기본 어묵과 특별 어묵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세트로 기본 2개 특 3개가 있는 세트메뉴 1번을 시켰다. 특별 어묵에는 고를 수 있는 항목이 있는데 물떡, 물치즈, 고래어묵, 유부 주머니 등등 많은 게 있어서 일단 물떡 2개와 유부 주머니 하나를 시켰다.렇게 시간이 지나 음식은 도착하고 국그릇에 어묵 국물을 담아 마셨다. 앉은자리에서 왼편을 보면 유리문이 활짝 다 열려있는데

어묵 냄새를 맡으면서 그 쌀쌀해진 온도를 느끼고 반짝이는 전광판을 보니 정말 연말이 왔구나 했다. 볼이 불그스름 해져서 뜨끈뜨끈했다. 마치 회사원이 혼술을 하는 것처럼 그 감성에 취해 멍을 때렸다. 나는 어렸지만 그때만큼은 나는 성인이었다.

나이로 성인이 아니지만 그 힘들었던 노고를 음식에 풀어 술 없이도 감성에 취할 수 있는 그런 성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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