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나는 달리는 사람이다. 매일같이 뛰어온 건 아니지만, 인생을 길게 늘여 보았을 때 내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즐겨한 행위를 꼽아보라면 '달리기'인 것 같다. 젊었던 시절에는, 20대부터 30대 초반, 나는 잘 달리고 빠르게 달린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잘 하지는 못했던 나에게 오래 잘달릴 수 있는 나의 능력은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능력이었다.
힘이 좋았던 그 시절, 나의 달리기는 거침이 없었다. 말처럼 숨쉬고 뛰었다. 그런 달리기가 좋았다. 그렇게 뛰고 운동했던 나의 그 시절은 내 첫번째 달리기 여정의 시작이었다.
지금의 내 달리기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내 달리기는 느리다. 어느 정도 느리냐고 물어보면, 빨리 걷는 속보와 비교하였을 때, 그것보다 느릴 수도 있는 수준이다. 1km를 9~10분 정도에 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달리기이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기로 마음먹고 내가 정한 달리기의 기준은 5km이다. 사실, 시간을 정해두지는 않았고 거리만 정해둔 달리기이다. 5km를 힘들이지 않고, 완주할 수 있는 페이스로 뛰는 것, 숨은 살짝 헐떡일 수 있으나 대화를 하기에 문제가 없고, 중간에 전화를 받거나 스마트폰 동작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수준의 페이스이다.
왜 달리기냐고? 지난 여름,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을 하였다. 결혼 후 가는 신혼여행지였던 스페인에서 나는 계속 뛰어보았다. 왜 뛰었냐고 물어보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마냥 좋았다. 뛰는 순간은 큰 고민 없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유일한 행동 중의 하나이다. 기분도 좋아지고, 자존감도 높아지며, 심지어 밥맛도 좋아진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의 힘은, 관성이 생겨서 습관이 되면 그것이 삶이 된다는 것이다. 나의 40대는 달리고 쓰는 행위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것도 나의 호흡으로, 빠르지 않으나, 멈추지는 않을, 나만의 호흡으로. 나는 그렇게 계속 달리고, 쓸 것이다. 그 여정에 이 공간도 함께 할 터이니, 나는 정말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