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이야기
비오는 화요일, 어제였다. 새벽에 깨어나 밖을 보니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다. 전날, 비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매일 뛰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은 욕심을 부렸었다. 뛰고 싶어 나가 보았으나 쏟아지는 비는 그것을 뚫고 뛸수는 있으나 뛰고 난 이후에 내 모습이 비에 젖은 새앙쥐가 될 것이 불보듯 뻔했기에 도로 다시 들어오고 말았다. 나름 속으로는 좋았다. 전날 피로했는지, 아니면 비가 와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는 하루 종일 아침에 뛰지 못한 달리기를 보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그럴 필요 없는데, 왜 그랬을까? 내가 느리게 달리기로 마음 먹은 것은 속도에 대한 강박, 순위에 대한 강박을 없애고 나만의 속도, 페이스, 컨디션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는데, 하다 보니 매일 해야한다는 강박, 쉬면 안된다는 집착이 나의 달리기를 즐겁게 만들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오늘 아침은 햇살이 너무 좋았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영롱했다. 아직 몸의 컨디션은 완전 돌아온 것 같진 않으나 뛰기에는 충분하였고, 그렇게 5km를 완주하였다. 어제 쉰 덕분일까? 오늘의 달리기는 더 즐거웠다.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하였고, 나에게 주어진 감사한 것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한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조금씩 쉬고 멈춰도 괜찮아. 나의 달리기는 계속 될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