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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Oct 06. 2024

낫또

행복은 낫또를 먹는 것

어느 날의 점심도시락


나는 올해 점심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건강하게 먹자는 올해 목표를 실천하고자 내 도시락은 주로 채소 위주의 건강식이다. 점심을 제공해 주는 게 큰 복지인 직장에서 또 귀찮을 일을 만들어하고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샐러드와 낫또를 꺼내 점심을 먹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낫또를 좋아하시나 봐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항상 드시니까요."


자주 먹는다고 해서 꼭 그걸 좋아한다고 볼 순 없다. 사실 나는 낫또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까지는 낫또를 먹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자주 먹는 이유는 낫또가 건강하면서도 도시락에 싸기 간편한 메뉴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무언갈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물었을 때 '네, 좋아해요.'라고 답할 수 있는 건 떡볶이, 티라미수 케이크, 삼겹살 같은 음식들일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낫또를 먹는 것처럼 앞으로는 점점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날이 더 많을 것이다. 땀나는 운동, 바른 자세, 단거 줄이기, 일찍 자기, 밀가루 음식 덜먹기 등등. 


개그맨 김영철은 불편한 것을 참고 해내는 게 행복의 열쇠라고 했다. 행복은 단순히 즐거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아침 일찍 일어나기, 귀찮은 전화영어 하기 같은 불편한 습관과 성실함이 쌓여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먹방과 미식이 주류 문화가 된 요즘 세상에서 나는 가끔 내가 선택한 방식이 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에 즐비한 맛있는 빵집, 스트레스받는 날 어김없이 떠오르는 불닭볶음면, 내 새로운 소울푸드인 마라탕, 요즘 유행하는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 새로운 맛의 과자 등 수많은 즐거운 선택지는 다 나에겐 해당이 없어 나는 꽤 자주 시무룩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선택한 이 고독한 습관과 노력이 곧 행복이라 믿는다. 나를 건강하게 가꾸는 생활은 정말로 보람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장하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은 잠시의 쾌락을 포기도 좋을 만큼 큰 기쁨이다.


물론 가끔 먹는 초콜릿과 마라탕도 역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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