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동일 기간 최다 구매 채소는 셀러리이다. 무슨 셀러리를 이렇게 많이 먹나 싶을 텐데 나는 지난 4개월간 매일 아침 셀러리주스를 마셨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한 수많은 건강 인플루언서 중 단 2명이 셀러리 주스를 마시는 걸 보고 왠지 좋아 보여서 무작정 따라한 것이 시작이었다.
셀러리주스 책을 읽어보면 그 효능은 감히 짧은 글 안에 다 적지 못할 정도이며 산삼을 능가하는 채소계의 만병통치약이었다. 정확한 연구자료는 많지 않지만 셀러리주스를 마시고 건강을 회복한 수많은 사람들의 임상적 사례가 더 신뢰감을 주었다.
셀러리주스의 마법적 효능에 매료되어 바로 휴롬과 유기농 셀러리를 구매했다. 셀러리를 통째로 넣고 즙을 짜낸 첫날엔 도저히 써서 마실 수가 없었다. 셀러리 잎에서 쓴맛이 나기 때문이었다. 셀러리의 잎을 적당히 제거하고 줄기 위주로 즙을 내리니 신선한 풀 맛이 느껴지고 은근히 짭짤한 게 마실만 했다. 그날부터 우리 집은 셀러리공장이 되어 5일에 한 번씩 배송된 3kg의 셀러리를 씻고 자르고 잎을 쳐내는 작업을 했다. 아침엔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휴롬에 셀러리 즙을 내고 공복에 한잔씩 마셨다. 그러고는 휴롬을 해체하여 씻고 남은 셀러리 찌꺼기를 버렸다. 그리고 이걸 4개월간 반복했다.
이 귀찮은 과정을 꽤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아침에 신선한 셀러리즙를 내려먹는 부지런한 내가 좋아서였다. 어떨 땐 그 행위보다 그걸 하는 내가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서 지속할 때가 있다. 나는 아침에 신선한 채소로 녹즙을 내려 먹는 휴롬 광고 속 모델 같은 내가 좋고, 매일 마실 커피 한 잔 값으로 셀러리를 사서 카페인 대신 나트륨 클러스터 염을 섭취하는 내가 좋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눈은 안 왔지만) 몸이 피곤하나 셀러리 배송이 늦으나 어떻게든 셀러리를 구하고 손질해 냉장고에 채워 넣는 끈기를 가진 내가 좋고, 매일매일 셀러리주스를 마시며 미세한 맛 차이를 구별하는 셀러리 감별사가 된 내가 좋았다.
셀러리 효능이 내 몸에 나타나는가는 잊은 지 오래고 이 목적 없는 즐거운 행위는 여름까지 지속되었는데 엄청난 폭염에 셀러리들의 상태가 나빠짐으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다. 날이 선선해지자 셀러리 공장은 다시 재개되었고 나의 열정도 되살아나 이게 뭐라고 글까지 쓰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셀러리주스가 내 변비와 자존감에는 큰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