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조금은 천천히

by 윤밤

멍하니 앉아 있다가, 괜스레 창문을 열어본다.

도시의 백색소음, 새들의 노랫소리,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맑디맑은 하늘.
익숙한 풍경인데,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니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무뎌졌던 하루들이 봄내음에 깨어나는 기분.
문득, 내가 얼마나 바쁘게만 살아왔는지 실감한다.

요즘 우리는 ‘여유’라는 단어를 ‘아까운 시간’으로 대체하며 지워가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여유가 사라지는 세상일수록,
그 여유를 더욱 단단히 붙잡아야 하는 게 아닐까.

여유는 있는 이에게는 배짱처럼 보이고,
없는 이에게는 꿈처럼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일까.
오늘만큼은,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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