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칠레] 레드락 투어 1. 사막이 그린 비현실적인 그림 속으로
A.M.5:00
아타카마에서의 마지막 날, 강제로 미라클 모닝을 실천했다. 무려 새벽 6시 반에 출발하는 투어를 예약했기 때문이다. 남미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식으로 뜻하지 않게 한국에서는 죽어도 안 되던 미라클 모닝 성공 경험을 쌓게 된다. 참고로 새벽 6시 출발 정도면 양반인 편이다. 서너 시간 정도 간신히 눈을 붙이고 깜깜한 새벽부터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먼저 따뜻한 한국인 동행들이 나눔 해 준 고산병 약 언박싱 타임을 가졌다. 남미여행에서 가장 두려운 건 고산병이었다. 안 그래도 짧은 여행, 몸이 아파서 시간을 낭비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지대에 갈 때는 하루 두 알씩 미리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하지만 나는 곧 약을 끊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두통 한 번 없는 완전한 고산 체질이었다...). 사막의 일교차를 고려해서 반팔부터 후리스까지 겹겹이 껴입는다고 캐리어는 난장판이 되었다. 캐리어도 활짝 펼칠 수 없는 작은 방, 옆에서는 룸메가 자고 있었다. 룸메를 깨울까 봐 핸드폰 플래시로 어둠을 밝혀가며 몰래 도둑질하는 사람처럼 살금살금 움직이며 체크아웃 짐을 쌌다. 비닐봉지에 옷을 바스락 담는 소리도, 세면도구 파우치 지퍼를 지이익 닫는 소리도 알람 소리처럼 커다랗게 울려 퍼지는 조용한 새벽이었다.
지나치게 인심이 후한 호스텔 주인이 오늘은 예약이 없으니 야간버스 타기 전까지 공짜를 침대를 하루 더 쓰라고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짐을 싸두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혹시라도 예약이 생기면 그 손님에게 침대를 내어줄 수 있도록. 캐리어가 안 닫혀서 한창 테트리스를 하고 있는데 whatsapp 투어 단톡방에 픽업 차량 실시간 위치와 함께 알 수 없는 스페인어 메시지가 떴다. '아니 왜 벌써 왔어?!?!' 나는 급히 테트리스를 멈추고 터질 듯한 캐리어 위에 올라탔다. 드르륵 굉음을 내는 지퍼 이빨을 어거지로 끼워 맞추고 우당탕탕 짐을 챙겼다. 나의 부산한 움직임에 룸메가 뒤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꼭두새벽의 은밀한 짐 싸기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나는 거대한 문 소리를 내며 부랴부랴 숙소 앞으로 뛰쳐나갔다.
A.M.6:30
새벽 6시, 놀랍게도 다른 투숙객들이 이미 깜깜한 어둠 속을 지키고 있었다. '아, 이래서 맨날 조식을 나 혼자 먹었구나...' 다들 새벽부터 부지런히 투어를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똑같이 생긴 하얀 투어 차량을 타고 한 팀, 두 팀 먼저 떠나가고, 나는 홀로 추위에 떨며 여전히 시내를 빙빙 돌고 있는 실시간 차량 위치 좌표만 쳐다보고 있었다. 춥고 졸리고 배고팠다. 또 사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걸 왜 예약 했을까... 잠이나 더 잘 걸...'
복잡한 사연이지만 이 투어 역시도 충동적인 의사결정의 산물이었다. 전날 밤에 급히 예약했다가 30분 만에 일방적인 예약 취소를 당한 후, 진상 손님으로 둔갑해 '안 되면 되게 하라'고 투어사에 끈질기게 따져서 겨우 부활시킨 투어였다(정확히는 이름 모를 다른 투어사에 넘겨졌다.), 그 이름은 '레드락'. 직역하면 빨간 바위 투어인 이 요상한 이름의 투어가 정확히 뭔지도 모르고 나는 그 난리를 피웠다. 이전에 다른 투어에서 만난 가이드에게 투어 추천을 부탁했는데, 이 투어를 '그림 속을 여행'하는 것에 비유한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는 아타카마에 하루 더 머물게 된 것이 마치 그 그림을 감상하고 가라는 계시처럼 느껴졌다. 근데 그림 하나 보러 가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대략 6시 반이 되어서야 애타게 기다리던 투어 차량이 도착했다. 오늘의 가이드 A가 운전석에서 내려 첫인사를 건네며 차량 문을 열어주었다. 왜 이제야 나를 데리러 왔는지 납득이 되었다. 열댓 명의 사람들로 꽉 찬 차량, 문을 열자마자 마지막 남은 한 자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 A는 스페인어로 오늘의 투어를 브리핑한 후 영어 번역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나만 빼고 전부 스페인어권에서 왔는지 나 혼자 손을 들었다. 오늘은 해발 4,000m가 넘는 높은 고지대를 향해 아주 먼 길을 떠날 예정이라며, '모두 잘 자'라며 투어의 시작을 알렸다. 그의 놀랍도록 부드러운 운전 실력에 우리는 최면에 걸린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움직이는 수면실에서 정신없이 졸다가 눈이 떠졌다.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을 향해 아타카마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사막의 일출을 목격하다니! 역시 미라클 모닝은 뿌듯하다.
A.M.7:10
가이드 A가 차를 멈추고 곯아떨어진 우리를 깨웠다. 우리는 거대한 표지판이 서 있는 도로 한복판에 내렸다. 가이드 A가 표지판에 대해 영어로 설명을 해주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번역기를 돌려보니 '남회귀선(Tropic of Capricorn)'이라는데, 한국말로도 도통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검색해 보니 '태양이 천정에 위치할 수 있는 가장 남쪽 지점을 잇는 선'으로 남반구에서는 열대와 온대를 구분하는 선이란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닥 흥미롭지 않은 선이었다. 사막의 아침 공기는 매우 차가웠다. 가이드 A가 여기서 사진을 찍어준다기에 냉큼 사진만 찍고 호다닥 따뜻한 차 안에 올라탔다. 차에 수면제를 뿌린 걸까, 또 졸음이 쏟아졌다.
A.M.8:00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이드 A는 소카이레(Socaire)라는 작은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또 우리를 깨웠다. 그곳은 오늘의 투어 장소 입장권을 끊는 티켓 오피스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가이드 A는 모두 내려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좀 쉬고 있으라고 하고는,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접이식 테이블을 꺼내 펼치기 시작했다. 이어서 알록달록한 알파카 수십 마리가 줄지어 그려진 남미스러운 테이블 보가 깔렸다. 그 좁은 차 트렁크에서 마치 마술상자처럼 끊임없이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서너 종류의 빵 더미부터 각종 쨈, 얇게 슬라이스 된 치즈와 햄 접시, 오렌지, 포도, 파인애플을 순서대로 담은 과일 접시에 각종 과자, 그리고 뜨거운 커피와 코코아까지! 그는 숙련된 솜씨로 우리를 위한 아침상을 뚝딱 차려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테이블을 빙 둘러싸고 모여서 사막에서의 스탠딩 조식 파티를 열었다. 나랑 나처럼 혼자 칠레 여행을 온 칠레인 할머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함께 여행 온 대가족이었다. 아이들을 동반한 총 9명의 두 가족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빠들끼리 형제라고 했다. 5명의 아이들 덕분에 투어 분위기는 아주 활기찼다. 나의 예상을 깨고 그들은 브라질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그들이 가이드와 모르는 언어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길래 스페인어권에서 왔나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각자 포르투갈어-스페인어로 떠들면서 대충 절반 씩만 이해한 채로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이드가 나를 위해 영어로 다시 얘기해 줄 때 그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가족이 가끔 이렇게 함께 여행을 다닌다고 하는 것도 부러웠지만, 나에게 영감이 된 것은 혼자 여행 오신 새하얀 백발의 할머니였다. 곱게 화장을 하시고 소녀미를 뽐내시던 할머니는 이미 아타카마 여행이 n회차라고 하셨다. 차에서도 내 옆자리를 지켜주신 짝꿍이었는데,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젊은 시절 한국에 컨퍼런스차 출장을 다녔었다면서 매우 반가워하셨다.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노부부 여행객들은 많이 봤어도 할머니 나홀로 여행객은 본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사고가 확장됐다. 이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가능성인데...? 왠지 나의 미래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때 가이드 A가 프라이팬을 가지고 등장했다.
차 트렁크에 부엌까지 마련되어 있는 모양인지 그는 뚝딱 요리한 스크램블 에그를 선보였다. 투어 사람들이 스크램블 에그를 대하는 방식이 모두 똑같았다. 그들은 두껍고 동그란 빵을 반으로 갈라 반쪽 짜리 빵 위에 치즈와 햄을 깔고, 쨈을 바르고, 그 위에 스크램블 에그를 뿌린 후 나머지 반쪽을 덮어 햄버거처럼 먹고 있었다.
나도 따라해봤다. 맛있고 든든한 아침이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대화 소리가 여행 bgm이 되어 이제야 진짜 여행 온 기분이 났다. 전날 그 사단을 치르고 다른 투어사로 넘겨져서 참 다행이었다. 덕분에 한국인 한 명 없는 투어에 합류해서, 중남미 사람들 틈에 끼어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A.M.8:40
첫 번째 투어 장소로 이동하는 길, 어느새 우리는 차를 타고 그림 속에 들어와 있었다. 도로 양 옆으로 펼쳐진 드넓은 황금색 들판에서 동물들이 뛰놀고 있었다. 이 건조하고 척박한 사막에 이렇게 아름다운 생태계가 숨어있을 줄이야!
기나긴 이동시간, 차창 밖을 내다보며 숨은 동물 찾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장 먼저 조우한 동물은 남미에서만 서식한다는 남미 타조 수리(Suri) 였다. 이 친구들은 아타카마 사막에서도 귀한 몸인지, 투어 내내 딱 한 번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노란 들판 위에서 뛰노는 사슴 닮은 친구들은 꽤나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특히, 이 구역에서 관광객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생명체는 단연코 새끼 사슴인데, 놀랍게도 이들은 사슴이 아니라 낙타과 동물들이다.
가이드 A가 가르쳐주길, 작고 얼굴이 하야면 비쿠냐(Vicuña), 크고 얼굴이 까마면 과나코(Guanaco)라고 했다.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 비쿠냐를 가축화한 것이 알파카(Alpaca), 과나코를 가축화한 것이 라마(llama)라고!
A.M.9:40
마침내 출발지인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에서 160km 떨어진 첫 번째 투어 장소에 도착했다. 무려 해발 4,000m에 위치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 소금평원의 '피에드라스 로하스(Piedras Rojas)', 번역하면 붉은 바위(Red rock)인 관광지이다. '레드락 투어'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붉은 바위 지형에 이르기까지는 30여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가이드 A는 우리에게 고산지대에서 절대 뛰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였다.
우리는 아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그림 속으로 입장했다. 기나긴 오솔길을 따라 감히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향해 걸었다.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점점 입이 벌어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별에 살고 있었다니!
광활하게 펼쳐진 붉은 바위, 그 사이를 군데군데 비집고 피어난 노란 식물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저 멀리서는 에메랄드 빛 호수가 반짝이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향해 거대 석탄 더미를 닮은 시커먼 산이 매끄러운 자태를 뽐내며 우뚝 솟아 있었고, 대지와 맞닿은 곳에 신비하게 흩뿌려진 새하얀 소금가루 같은 것이 이 그림의 화룡점정을 찍고 있었다.
A.M.10:30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아름다운 트레킹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드디어 붉은 바위 지형에 이르렀다. 이 지형은 화산 활동의 산물인데, 철이 풍부한 용암이 공기에 산화되면서 붉은 구리색을 띠게 되었다고. 마치 용암이 꿀렁꿀렁 물결치듯 흐르다가 순식간에 그대로 굳어버린 듯, 둥그런 바위들이 울퉁불퉁 벌겋게 융단을 깔아놨다.
가까이서 보니 호수는 에메랄드색 물감으로만 칠해진 것이 아니었다. 하늘색, 파란색, 은색, 연보라색까지 수십 가지 색의 물감을 풀어 오묘한 그라데이션을 자랑하고 있었다.
분명 같은 호수인데 반대 편은 연둣빛, 노란빛 물결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색깔을 품을 수 있다니, 참으로 신비로운 호수였다.
붉은 바위 융단에 누워 유유자적 하늘을 감상하는 우리 투어의 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엄한 광경 앞에 개미 떼처럼 모여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혼자 여행하면서 정신머리와 함께 삼각대도 집에 놓고 온 나는 가이드 A에게 사진을 부탁하였다. 그는 자신이 이 구역에서 사진 전문가라면서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이런저런 포즈를 지도해 주었다. 순식간에 누가 봐도 레드락 투어에 온 것 사진을 수십 장 건졌다. 그는 과연 전문가가 맞았다.
생각보다 트레킹 코스가 길어서 칠레 할머니는 대기 중이던 차량을 타고 출발 지점으로 복귀하셨고, 나머지는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걸어갔다. 키도 크고 말하는 것도 성숙해서 대학생쯤 되겠거니 했던 아이들이 모두 10대라고 하여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 또한 내 나이를 듣고 화들짝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무려 10살도 넘게 내 나이를 깎아줘서 감사를 표했다.
A.M.11:00
돌아가는 길에도 아쉬워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몇 차례 발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 카메라에 풍경을 담다가, 아예 몸을 돌려 뒤로 걸으며 그림을 눈에 담았다.
그러다 저만치 일행을 놓쳐 버렸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살짝 뛰어봤는데 역시 고산지대라 그런지 확실히 빠르게 숨이 차서 그만두었다. 무려 12시간짜리 투어인데 무리했다가 두통이라도 오면 정말 큰일 날 일이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 이동해서였을까, 다행히 우리 일행 중에는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이가 없었다.
돌아가는 길도 그림 그 자체였다. 새파란 하늘과 구름 몇 조각, 그리고 숱이 조금 부족하지만 듬성듬성 짧은 풀이 자란 들판의 조합은 옛날 옛적 윈도우 바탕화면을 떠오르게 하는 풍경이었다.
이토록 장엄한 광경을 보고 가려고 아타카마에 하루 더 머물게 되었나 보다. 전날 갑자기 예약이 취소됐다고 했을 때 어쩐지 쉽사리 포기하고 싶지 않더라니... 역시 직관은 언제나 옳다.
A.M.11:30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방금 떠나 온 소금 뿌린 산을 배경으로 비쿠냐 다섯 마리가 놀고 있는 현장을 포착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영 동떨어진, 한없이 평화로운 세계였다. 현실 세계라기보다는 그냥 그림이라 부르는 편이 더 적절했다.
1시간가량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차 앞 유리를 통해 1열에서 그림 같은 풍경을 원 없이 감상했다. 움직이는 미술관이 따로 없었다.
P.M.12:00
검색해 보니 레드락 투어에 대한 한국인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너무 멋있어서 강추 또는 너무 피곤해서 비추. 12시간 동안 세 군데 여행지를 둘러보는 이 투어는 달의 계곡 투어나 소금 호수 투어에 비해 덜 유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피에드라스 로하스, 이 붉은 바위 지형 단 하나만으로도 다른 투어와는 비교 불가한 황홀경에 빠질 수 있다(단, 해발 4,000m 이상까지 올라가는 투어이니 만큼 황홀해지려면 고산병 약이 필수다!). '이거 못 보고 갔으면 어쩔 뻔했어!' 차 유리에 전시된 풍경화에 감탄하고 있는데 갑자기 털털털털, 차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뿌연 모래가 일어 풍경화를 싸그리 가려버렸다. 엉덩방아를 수십 번 찧도록 오프로드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모레냄새가 창문 틈 사이로 차 안까지 새어 들었다. 풍경을 감상하기엔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 어쩔 수 없이 이쯤에서 그림 감상을 종료하고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