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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하와이

by 정윤호 Feb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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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나이 7살, 미국이 무서웠다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어느새 큰 눈의 미국 사람들이 익숙해지고 미국을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처음으로 방문했던 미국에서 저는 새롭게 생긴 사람들의 모습을 무서워하면서 외출도 하기 싫어했다고 해요. 그 뒤로 몇 번의 여행을 더 하고 미국을 좋아했는데 그중 하와이 여행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요.


하와이는 미국의 50번째 주에요. 태평양 중앙에 13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곳이에요. 그중에 우리는 가장 유명한 섬, 호놀룰루와 마우이를 다녀왔어요.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빅아일랜드로 활화산을 구경하러 가고 싶지만 아직 그곳은 못 가봤어요.


7살 여름, 이모네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하와이에서 보내기로 약속하고 기대에 차 있었는데, 여행을 앞두고 아빠는 갑자기 먼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셨어요. 그리고 우리의 여행날짜가 다가오는데도 돌아오지 못하셨지요. 엄마는 종종 한숨을 크게 쉬었어요. 아빠는 전화통화를 하면 언제나 같은 목소리로 시간 맞춰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하와이에서 만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엄마 말씀을 잘 듣고 비행기를 타고 오면 하와이에서 아빠를 볼 수 있다고요.  그리고 실제로 저와 엄마는 단둘이 하와이 비행기를 탔고, 공항에 도착하니 약속대로 아빠는 내 눈앞에 나타나서 저를 번쩍 안아 주셨어요.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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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한 여행을 제가 어렸었다고 해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아빠한테 심술을 부렸고, 아빠는 “결국 우리는 이렇게 계획대로 하와이에 와 있잖아! 너무 행복해”라고 끊임없이 엄마를 다독였어요.  그렇게 세 가족이 만나서 빨간 스포츠카를 빌려 하와이 시내를 누비다가 저는 잠이 들었어요. 사진을 보면서 항상 웃는 포인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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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마우이섬에서 이모네 가족을 만났어요. 해변에서 누나와 파도도 타고, 산에도 올라갔어요. 할레아칼라 정상에서 고소공포증을 느낀 것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요. 너무 무서워서 사방을 뛰어다녔지요. 그리고 키가 엄청 커진 사촌형과 사진을 찍은 순간은 잊을 수 없어요. 형이 무섭지는 않지만 형과 나란히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은 신나고 긴장되는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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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잠수함 구경을 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진주만에 잠수함이 전시되어 있어 구경했는데 작았던 나에게도 아주 좁았던 내부가 인상적이었어요. 포츠머스에서 할아버지가 추천해 주신 ‘Under Pressure’책을 보면서 이때 구경했던 잠수함의 내부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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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바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한순간 파도에 휩쓸려 가족 모두가 한 가지씩 소지품을 잃어버리기도 했어요. 그 순간에는 다함께 웃었지만, 그 뒤로 저는 파도가 무서워졌어요.  


그래도 하와이는 좋았어요. 스팸을 실컷 먹고, 북적거리는 가족들이 있었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 보이는 곳이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포케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해요. 오리지널 포케를 한 그릇 먹고 식당 앞에서 아빠와 함께 공짜 오락을 즐기는 코스는 몇 번을 해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와이키키 해변의 석양아래 파도가 잔잔하게 일 때 아빠를 따라 한 발짝씩 물속으로 들어가면 바닷물의 포근함과 푹신한 파도를 느낄 수 있어요. 그렇게 파도에 휩쓸렸던 공포에 맞서서 용기 내는 법도 배웠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은 아빠처럼 마음이 넓고, 파도 앞에서는 겸손할 줄 알고, 파도에 또다시 뛰어드는 용기 있는 사람이에요.


하와이에서 따뜻하게 보낸 시간 덕분에 만약에 다시 미국에 간다면 더 이상 울보가 아니라 어디에서나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자신감을 찾아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따뜻한 빛깔의 석양을 보면 떠오르는 곳, 행복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늘 친절하게 환영해 주는 곳 하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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