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자
누군가가 숨을 쉬고 싶다 할 만큼 간절할 때 그에 맞는 인연이 짠 하고 나타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솔깃하려나? 아니면 소설에서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깔끔히 무시하려나? 기가 막힌 타이밍에 너무도 신기한 등장으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사람이 있었다. 내가 가진 극 'I'의 성향을 뚫고 나에게로 다가와준 멋진 한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그녀는 바로 내가 '신여성'이라 부르는 사람.
곰에서 사람으로 바뀌어보려 용기 내서 운동을 등록했던 때, 나의 성향을 100% 발휘하여 그 큰 헬스장 구석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운동을 끄적거리는 중이었다. 코치님과 수업할 때 빼고는. 그때 당시 나는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했던 우울증과 깊게 연관되어 있었다. 그런 내가 저런 멋진 여자에게 먼저 다가갈 용기나 있었을까? 전혀. 어렴풋이 봐도 풍기는 분위기조차 어두워 보이는 내게 다가와 그녀는 수시로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이유는 둘 다 모름. 앞서 이야기했던 '낯선 여자'와는 달리 이 멋진 여자와 내가 가진 공통점은 예상대로... 전혀 없었다. 성격도 정반대였고 나이차이도 꽤 많았으며 심지어 그녀는 항상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나이도 직업도 서로 모른 채 친구가 되었다.
무의식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 적 있는가? 그 소리를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때, 바로 건강검진을 위한 수면 내시경을 하는 날이었다. 회복실로 옮겨진 나는 장문의 문자를 그녀에게 보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몇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문자를 발견했고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내가 가진 마음의 병에 대한 이야기 좀 들어달란 문자였으니까. 진짜 내가 보냈다고? 에이 거짓말. 이미 알고 지낸 지 몇 달이 지난 시점에 무의식 중 내가 보낸 문자 하나로 그녀의 직업을 알게 되었다. 심리상담사.
이 무슨 기막힌 우연의 일치지? 우연이라 하기에 너무 믿어지지 않았고 인연이라 하기엔 모든 것이 뜬금없이 다가왔다. 신이 존재한다면 하루라도 좀 더 의미 있게 살아보라고, 정신 차리라고 나에게 보내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완전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이렇게 쉬이 곁을 내어주는데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순간 점점 그녀의 밝은 에너지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나를 볼 때마다 늘 세상 호탕하게 웃는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사람은 곁에 두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기 빨리는 건 싫다고. 아니 그러면서 나랑은 왜 그렇게 붙어있는 거야? 기차화통 삶아 먹은 듯한 웃음소리가 가짜일리 없고 그녀는 나를 만날 때마다 이유 없이 웃게 된다며 또 웃곤 한다. 이런 여자가 신여성이 아니면 누가 신여성이겠어? 내 인생을 멋진 소설로 재탄생시킨 장본인 이자 언제나 내 감정에 대해 끝까지 기다려 주는 멋진 여자. 오늘도 그녀와의 티키타카로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열정적으로 행복하게 깝죽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