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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i Oct 31. 2024

드디어 직면한 불안증

'긴 작별인사'를 통해 좋은 이별을 알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불안'이라는 곳에 갇혀 1년을 보냈다. 글을 통해 그곳에서 빠져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일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품고 살아간다. 즉,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일에 대한 방어책이 필요했다. 커다란 폭풍이 밀려올 때 스스로를 보호할 최소한의 방법은 있어야 하니까. 그때였다. 비슷한 생각으로 쓴 책을 발견했다.

이름하여 '긴 작별인사'.


작가가 쓴 책 소개를 읽고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죽음'이라는 단어에 직면했을 때 불안증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상태까지 호전이 되었는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만약의 상황이 생기더라도 일단 부딪혀보고 싶었다. 그래서 긴장이라는 감정을 설렘이라 표현하며 첫 장을 조심스레 펼치기 시작했다. 나를 맞이해 주는 가장 첫 문장은 이러했다. "모두가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슬픔을 헤아릴 수 없다."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마음속에 새기며 아주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와 같은 뜻을 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미래에 누군가의 죽음을 직면했을 때 지금의 내가 글을 쓰면서 빛을 찾은 것처럼 그때도 글이 나를 살리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를 수도 없이 상상해 왔다.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없더라도 말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이어서 책을 읽었다. 죽음의 슬픔이 드리운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이러한 기록을 남겨 책으로 출간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와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을까. 말하기에도 힘든 일들을 굳이 글로 기록해서 세상에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은 이유를 감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다짐했다. 독서기록의 개념이 아닌 이 책을 처음 읽어나가면서 내 뇌리를 스쳤던 생각들을 꼭 기록하겠다고.


작가는 말한다. 스스로를 아주 내향적인 성향이라 일컬으며 사람에게서 위안을 찾는 것 대신 글로 기록하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이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내가 이 공간에 가장 어두운 내면부터 글로 옮기기 시작하며 늘 되새겼던 말이었다. 그리고 점점 밝아지는 글이 나의 내면을 대신해 주는 걸 느끼며 생각했다.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이 문득 다가왔을 때 꼭 반드시 글을 통해 남기겠다고, 그래서 다시 채워질 어둠에 한 줄기의 빛이라도 들여놓겠다고.


한 드라마에서 이별에는 '좋은 이별'이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생소하지만 너무도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나에게 좋은 이별이란 이 공간을 통해 더욱이 명확해진다. 각자가 가진 슬픔의 정도가 다 다르듯 나에게도 언젠가 다가올 슬픔에 글이라는 방법으로 좋은 이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슬픈 기대감에 마음 한 편이 조금이나마 밝아진다. 언젠가 다가올 어둠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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