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1. 가족 같은 사이

우린 가족 같은 사이니까 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해

by yunyuri

"우린 가족 같은 사이니까 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해"


내가 그녀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문장이다. 가족은 건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가족 같은 사이가 가 족 같은 사이인지 그때는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동업을 함께 하는 것도 모자라 시원하게 배신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 악명 높다는 ‘동업’을 왜 다들 하지 말라고 하는지 어느 곳 하나 명쾌한 설명이 없었던 것이 괜히 원망스럽던 즈음, 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 세상에 ‘동업’을 치면 ‘실패’가 자동완성형 단어처럼 가장 먼저 딸려오는데 그래서 무얼 조심해야 되고 왜 동업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이미 실패를 해봤으니 적어도 동업으로 망하는 일은 더 이상 없겠지만 나와 같은 순한 양들을 못 본 체 지나칠 정도로 인류애가 없지 않아 내 뼈아픈 경험을 공유하며 누구 하나라도 살려보고자 한다.



동업계약서에 날인을 하려는 당신, 잠시 멈추고 내 글을 읽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세상에 ‘가족 같은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불변의 진리를 30년 넘는 인생을 살고도 모를 리 없었고, 20대에 인간관계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환멸을 느낀 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친구만 두고 사는 내가 더욱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이 고단한 인생 살이 속에서 주파수가 딱 맞는 누군가를 만나 내 마음을 찰떡 같이 알아주고 그 공허함을 채워주는 짜릿함을 만났을 때 사람은 가장 나약한 존재가 된다는 것을 나는 간과하고 말았다.


누구나 그런 사람을 인생에서 찾으려 애쓰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이성을 만난다면 결혼을 꿈꿀 수도 있고 그런 동성을 만난다면 평생의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거라 행복한 상상을 하며 누구나 그러한 솔메이트를 찾고 싶어 할 것이다. 대부분의 동업도 그러한 관계에서 시작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 근속연수 10년 이상의 직장 선후배, 오래 만난 여자친구, 남자친구 등 듣기만 해도 신뢰감이 무한 상승하는 관계들 뿐이다. 이렇게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사이 정도는 되어야 관계에 비즈니스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착각을 하는데 정작 사업(事業)은 말 그대로 ‘(일) 사事’도 ‘(업=일) 업業’도 모두 '일'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인간적 관계를 척도로 일을 도모하고자 하다니 전제조건부터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나의 경우 또한 다른 동업 케이스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너무 클리셰여서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십 수년 알던 친언니 같던 그녀와 같은 업종의 같은 팀으로 일을 해보기도 하며, 아주 두터운 믿음의 벨트를 형성했었다. 우리는 각자 직장을 다니면서도 꼭 함께 회사를 차리자고 밥 먹듯 이야기를 했었고, 그렇게 호기롭게 다니던 직장에 퇴사를 선언하고 우리가 늘 계획해 오던 동업을 실현해 냈지만, 단 두 달,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한 달 반 만에 파국에 이르렀다. 이미 갈라선 사이에 누가 옳다 그르다 치졸하게 굴 의도는 아니나, 단순 변심으로는 환불도 안 되는 세상에서 단순 변심만으로 동업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한 동안 머릿속이 뿌옇게 모든 것이 혼란했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벌어낸 자금의 절반을 내놓라는 당당한 요구까지 해왔을 때에는 저혈압인 내가 뒷목을 잡고 쓰러지기에 이르렀다.


그제야 나는 세상에 가족 같은 누군가는 애당초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안타깝게도 주파수가 딱 맞는 운명 같은 사람도 돈거래가 난무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모든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 동업이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 저주하는 것은 아니다. 손발이 척척 맞아 잘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 지속해 온 사이좋은 관계가 동업의 필요조건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더 이상의 긴 말은 필요 없다. 여러 갑론을박이 있을 테지만 세상의 이론과 각종 논쟁들을 뒤로하고 알고 보면 위태로운 적신호들로 가득했던 나의 동업 케이스의 팩트 만을 갖고 이야기해보려 한다. 단순 동업 실패가 아닌 동업 갈등, 더 나아가 사기, 더 더 나아가 법정 문턱 앞까지 섰던 나의 사연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암세포를 키워내는 동업의 적신호에는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보겠다. 이 중 하나라도 본인의 케이스에 해당된다면 동업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인간적인 오만가지가 다 맞아도 동업을 해내는 데 있어서의 기본적인 자세 한 가지가 부합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등골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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