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가족 같은 사이니까 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해
"우린 가족 같은 사이니까 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해"
내가 그녀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문장이다. 가족은 건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가족 같은 사이가 가 족 같은 사이인지 그때는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동업을 함께 하는 것도 모자라 시원하게 배신당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 악명 높다는 ‘동업’을 왜 다들 하지 말라고 하는지 어느 곳 하나 명쾌한 설명이 없었던 것이 괜히 원망스럽던 즈음, 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 세상에 ‘동업’을 치면 ‘실패’가 자동완성형 단어처럼 가장 먼저 딸려오는데 그래서 무얼 조심해야 되고 왜 동업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이미 실패를 해봤으니 적어도 동업으로 망하는 일은 더 이상 없겠지만 나와 같은 순한 양들을 못 본 체 지나칠 정도로 인류애가 없지 않아 내 뼈아픈 경험을 공유하며 누구 하나라도 살려보고자 한다.
동업계약서에 날인을 하려는 당신, 잠시 멈추고 내 글을 읽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세상에 ‘가족 같은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불변의 진리를 30년 넘는 인생을 살고도 모를 리 없었고, 20대에 인간관계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환멸을 느낀 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친구만 두고 사는 내가 더욱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이 고단한 인생 살이 속에서 주파수가 딱 맞는 누군가를 만나 내 마음을 찰떡 같이 알아주고 그 공허함을 채워주는 짜릿함을 만났을 때 사람은 가장 나약한 존재가 된다는 것을 나는 간과하고 말았다.
누구나 그런 사람을 인생에서 찾으려 애쓰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이성을 만난다면 결혼을 꿈꿀 수도 있고 그런 동성을 만난다면 평생의 친구로 남을 수 있을 거라 행복한 상상을 하며 누구나 그러한 솔메이트를 찾고 싶어 할 것이다. 대부분의 동업도 그러한 관계에서 시작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 근속연수 10년 이상의 직장 선후배, 오래 만난 여자친구, 남자친구 등 듣기만 해도 신뢰감이 무한 상승하는 관계들 뿐이다. 이렇게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사이 정도는 되어야 관계에 비즈니스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착각을 하는데 정작 사업(事業)은 말 그대로 ‘(일) 사事’도 ‘(업=일) 업業’도 모두 '일'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인간적 관계를 척도로 일을 도모하고자 하다니 전제조건부터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나의 경우 또한 다른 동업 케이스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너무 클리셰여서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십 수년 알던 친언니 같던 그녀와 같은 업종의 같은 팀으로 일을 해보기도 하며, 아주 두터운 믿음의 벨트를 형성했었다. 우리는 각자 직장을 다니면서도 꼭 함께 회사를 차리자고 밥 먹듯 이야기를 했었고, 그렇게 호기롭게 다니던 직장에 퇴사를 선언하고 우리가 늘 계획해 오던 동업을 실현해 냈지만, 단 두 달,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한 달 반 만에 파국에 이르렀다. 이미 갈라선 사이에 누가 옳다 그르다 치졸하게 굴 의도는 아니나, 단순 변심으로는 환불도 안 되는 세상에서 단순 변심만으로 동업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한 동안 머릿속이 뿌옇게 모든 것이 혼란했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벌어낸 자금의 절반을 내놓라는 당당한 요구까지 해왔을 때에는 저혈압인 내가 뒷목을 잡고 쓰러지기에 이르렀다.
그제야 나는 세상에 가족 같은 누군가는 애당초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안타깝게도 주파수가 딱 맞는 운명 같은 사람도 돈거래가 난무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모든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 동업이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 저주하는 것은 아니다. 손발이 척척 맞아 잘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 지속해 온 사이좋은 관계가 동업의 필요조건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더 이상의 긴 말은 필요 없다. 여러 갑론을박이 있을 테지만 세상의 이론과 각종 논쟁들을 뒤로하고 알고 보면 위태로운 적신호들로 가득했던 나의 동업 케이스의 팩트 만을 갖고 이야기해보려 한다. 단순 동업 실패가 아닌 동업 갈등, 더 나아가 사기, 더 더 나아가 법정 문턱 앞까지 섰던 나의 사연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암세포를 키워내는 동업의 적신호에는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보겠다. 이 중 하나라도 본인의 케이스에 해당된다면 동업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인간적인 오만가지가 다 맞아도 동업을 해내는 데 있어서의 기본적인 자세 한 가지가 부합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등골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