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어려워. 아주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던 친숙함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어렵지? 몇 달 전부터 눈에 띄었던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완독했다. 얼마나 읽고 싶었던지 서점에 가기만 하면 사진을 찍어 놓았던 책이다. 결국 미루고 미루다 발리 여행을 가던 날, 읽을 책을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인천공항 서점에서 다급하게 구매했다. 나는 여행에서 돌아온 뒤 현실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낭만 속에서 지독한 현실을 읽어서였던 것 같다.
어렵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느꼈다. 9편의 단편소설 모두 결이 비슷하다. 그 결은 분명 나의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관통하지 못한 '현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상주의자로 살면서 많은 상처도 받았고 바뀌지 않는 현실에 포기해 버린 순간들이 많다. 김기태 작가는 9편의 소설을 통해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현실적으로. 이를테면 「보편 교양」의 주인공 곽처럼 말이다.
곽은 공교육이라는 보편 안에서 ‘고전 읽기’라는 교양을 전파하고자 한다. 교양이란 무엇일까?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 이러한 품위를 배우기 위해서는 결국 여유가 필요하다. 시간적, 경제적, 마음의 여유 등. 하루하루 생존이 불투명한 이들은 교양을 쌓을 시간도, 돈도 그리고 마음도 없다. 먹고살기 바쁜 아이들에게 교양을 교육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보편 교양은 결국 ‘현실 입시’로 그 의미가 바뀌어 소수의 엘리트 계층에게 흘러간다.
결국엔 현실은 직시해야만 한다. 보편적인 교육을 하고자 했던 곽은 고군분투하며 은재의 입시를 위한 학생 평가를 쓴다. 모순은 현실이다. 나는 늘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결국 인간은 모순적이고 역설적이라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인정하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나의 삶도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직관적으로 느꼈다. 거부한다면 지금까지의 나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살 것이다. 인정한다면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투쟁보단 문학이라는 장르로라도 목소리를 내어 바꾸어 보겠다는 작가 김기태처럼 모순적이지만 현실을 이상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