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과 독특 그 사이
나는 보통 사람일까?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나는 보통은 아니다. 이를테면 다수보단 소수를, 주류보단 비주류를 좋아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반골 기질을 타고난 건지 어릴 때부터 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왜 정해진 대로 살아야 하는 건지 늘 의문을 품으며 뭘 하나 시키면 그냥 하는 일이 없어 엄마를 곤란하게 하곤 했다. (사실 35살이 된 지금도 똑같다)
내가 김철수를 알게 된 건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다수라는 개념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나에게 김철수 유튜브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난 비주류 감성을 좋아했기에 김철수의 영상은 말 그대로 취향 저격이었다. 마치 독립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 그가 궁금해진 나는 다른 콘텐츠를 찾아보기 시작하였고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상을 보며 김철수는 예술적 감각을 타고났다고 직관적으로 느꼈다. 그가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엄청난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후기를 말하자면 역시는 역시. 김철수는 예술 천재다. 그는 내면을 솔직하고 강렬하게 털어낸다. p.20에서 내 정체성을 주변의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그것은 판타지였다가 작은 소망이었다가 꿈의 일종이었다가 완연한 꿈이 되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먼 길을 떠나기 전, 신중하게 골라야만 할, 필수 장착 아이템으로 나는 김철수를 택했다.라고 말하며 그는 김슬기라는 이름과 작별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보통'의 김철수로 개명한 것이다.
보통 남자 김철수가 소수자로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면서 느낀 솔직한 감정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게이가 쓴 에세이라고 해서 세상에 대한 투쟁이라든지 불만을 토로하는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지극히 평범하고도 평범한 한 30대 남자의 이야기이다. 세상이란 자고로 아름답기도 하고 빡이 치기도 하다. 이상하게 세상에 자주 빡이 치는 나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살아가는 김철수를 보며, 난 반골 기질이 아니라 그냥 성격이 더럽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김철수는 진짜 웃기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에세이는 분명 감성이 담긴 글일 텐데 유쾌함이 가득하다고 느꼈다. 진지하게 본인의 생각을 늘어놓고 나서는 괄호를 이용해 속마음을 말한다. (그리고 이건 다 내 '뇌피셜'이란 것도 알아두길 바란다. 이 책 자체가 김철수의 뇌피셜이다)라고 말이다. '그렇지, 이 책 자체가 김철수의 이야기이니 김철수의 뇌피셜이 맞지'라고 끄덕이며 그가 열변을 토해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반박할 수조차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은 김철수의 뇌피셜이 맞으니까!
성스럽게 빛나는 소수자라는 근사한 표현을 하기 위해 결혼제도를 가정하고 한 문단의 서사를 쌓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성소수자를 사랑하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결국 김철수는 지난날의 자기부정을 지나 이제는 스스로를 인정하는 진정한 멋진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소수자인 본인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나의 이야기 같다.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다수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소수자로서 살아가기에 불편한 것들을 제외하면 나의 이야기와 같다. 때로는 마음이 꼬여있기도 하고 이기지도 못할 열등감을 갖는 모습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와 나는 안다. 내가 꼬여있다는 사실도, 세상에 반항한다는 사실도 안다. 때로는 유연할 줄도 알아야 하며 사회생활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이를 아는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까? 지극히도 평범한 우리가 앞으로 보통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