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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참여로 기회를 얻는 아이들

공동체는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

by 아타마리에


뉴질랜드에서 아이들의 학교 스포츠팀은 대개 부모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코치나 매니저로 참여하는 부모가 없으면, 그 학기에 팀은 해체된다.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공동체의 본질이 담겨 있다.


우리 아이들도 1학년 때부터 팀 스포츠를 해왔다. 남편은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농구 코치로 자원해 세 학기를 함께했다. 하지만 지난 학기에는 사정이 달랐다. 아이들이 각자 다른 팀에 들어간 데다, 남편도 나도 일로 바빠, 팀 연습이나 시합을 위해 매번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이번엔 쉬어도 되겠지, 누군가 맡아주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큰아이 농구팀에서 이메일이 세 통이나 왔다. “코치가 없으면 팀이 해체됩니다.”

처음에는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내심 누군가는 자원할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농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날, 여전히 코치가 없고, 내일까지 연락이 없다면 팀은 해체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소식을 들은 큰아이는 농구를 너무 하고 싶다고 애원하듯 말했다. 그때야 정신이 확 들었다. 나는 결국 남편과 번갈아가며 코치를 맡기로 결심했다.


내가 후회한 건 비단 내 시간이 많이 드니 다른 부모가 자원하길 기다린 안일함과 이기적인 마음뿐이 아니었다. 그동안 공동체에서 자발적 참여를 아이들에게 강조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아이들이 팀 스포츠를 통해 긍정적 경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으면서도, 공동체가 누군가의 힘으로 저절로 유지될 것이라 생각한 나의 착각이었다.

공동체는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자발적 기여로 끊임없이 창조되는 것이다. 부모의 참여는 단지 한 학기의 일정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참여는 곧 책임이고, 책임은 존재를 뜻한다.

한 사람의 참여가 공동체를 지탱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기회를 얻는다. 공동체는 사실 우리 바깥에 존재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향해 내미는 손,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총합이다.


공동체 내의 참여나 자원은 희생이 아니다. 그것은 내 존재를 세상에 새기는 가장 구체적인 방식이다. 나는 타인의 존재 속에서 나를 확인하고, 내가 움직일 때 비로소 공동체는 살아난다. 아이들은 부모의 참여 속에서 세상을 배우고, 그 배움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되돌려준다.

공동체는 그렇게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그리고 다가올 세대의 누군가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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