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과 워크숍, 필요악?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있다.
바로, 저녁 회식과 워크숍이다.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업무에 지친 몸과 마음을 ‘리프레시’하라고 이런 자리를 만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 직장인들의 생각도 동일할까?
“오늘은 일 얘기는 하지 말고 즐겁게 술 한 잔 합시다.”
하지만 결국 그 자리에 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업무의 연장선에 들어와 있다.
웃는 얼굴로 술잔을 돌려야 하고, 분위기를 맞추어야 하고,
때로는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농담에 맞장구를 쳐야 한다.
워크숍도 크게 다르지 않다.
‘휴식과 화합’을 내세우지만, 워크숍 일정표에는 회의와 교육, 단합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몸은 사무실을 떠났지만 마음은 여전히 일터에 묶여 있다.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피곤함이지 진정한 재충전은 아닌 것이다.
진짜 휴식은 직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 아닐까?
업무 메신저를 꺼두고, 직장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순간.
누군가는 집에서 혼자 넷플릭스를 보며 쉬고 싶을 수 있고,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과 그저 손잡고 걷고 싶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자리가 계속 반복될까?
관리자는 직원들의 진정한 휴식을 위한 다기보다,
소속감을 부여하고 결속력을 강제로 주입하기 위한 장치로 회식과 워크숍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속감은 때로 좋은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소속감이 자율적이지 않고, 강제적으로 주입된다면
그것은 곧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우린 한 팀이니까, 힘들어도 같이 가자”라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피로와 의견은 묻혀버린다.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부려먹기 좋은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회식이나 워크숍이 전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업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즐겁고 소중한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그것이 ‘강요된 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휴식은 자율성에서 시작한다.
누구와 함께할지, 어디서 시간을 보낼지, 무엇을 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 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강제적인 ‘쉼’ 속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찾기가 힘들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늦은 밤, 회식 자리에서 지친 얼굴로 지하철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지금 쉰 걸까, 아니면 또 다른 근무를 하고 온 걸까?”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이 질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진정한 쉼은,
결국 회사 밖에서, 나 혼자 선택한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