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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 키우는 게 힘들어?"

by 소소랍

어제는 아이가 자기 전에 갑자기,

엄마는 나 키우는 게 힘들어?

하고 묻는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작업실까지 얻어 본격적으로 글쟁이의 길로 나서려 했건만, 아이의 학교가 이제야 석면제거공사를 시작함과 동시에 아이는 집에서 종일을 보내게 됐고, 졸지에 작업실 방향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집에서 아이의 영어발음을 교정해주거나 바이올린 치는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밤이면 갑자기 매운 게 먹고 싶고, 술이 먹고 싶고, 참다 참다 제로펩시에 과자를 뜯는 것도 오랜만이다. 아이가 10시까지 안자면 그마저도 멀리멀리 떠나가버린다. 소화가 안되니까 10시가 넘으면 뭘 먹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아이 키우는 걸 '힘들다' 한 마디로 연결하기엔 아쉬운 뭔가가 있다. 아침에 학원에 데려다주며 한 손에 폭 잡히는 작은 손과 학교에서 배웠다며 허리까지 숙여가며 하는 '다녀오겠습니다' 인사,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뒤돌아서서 아치를 띄워 퐁퐁퐁 걸어들어가는 모습까지. 매일 봐도 애뜻하고 매일 겪어도 대견하고 매일이 새롭게 쓸쓸하다. 저녁이면 책을 읽어주는데, 책을 하나 들고는 자연스레 내 다리 사이에 앉아 내게 기대오는 등의 무게가 무겁고도 따듯하다. 책을 다 읽고 배를 끌어안고 머리에 뽀뽀해주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럼 마주 안고 엄마에게 장난을 친다고 입냄새 공격을 하는 시간들이 겪으면서도 너무 소중하다.


이 아이의 미래가 온전히 내 손에 달려있다는 책임감은 무겁고 힘겹다. 살면서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무게라서 화가 나고 내 삶이 아까워지면, 결혼하고 얻은 이 모든 것에서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그게 아이가 잡는 손 하나로, 아이가 묻는 '괜찮아?' 한 마디로, 아이가 기대오는 등의 따스함으로 모두 날아가버린다. 나는 아이라는 최애에게 호구잡힌 것이다. 힘들다, 힘이 든다, 그 힘이 어디서 오냐면, 아이가 보내주는 사랑과 내가 아이에게 보내는 사랑에서 온다. 아이를 마주하는 순간이 힘들수록 마음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이겠지.


널 마주할 수록 힘이 담긴 우물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


2024. 1. 19.

18일 밤 아이의 질문에 19일 답해보다.


- 실제 대답은

"이 안닦는다고 할 때랑 안 씻는다고 할 때랑 아침에 바닥에 굴러다닐 때 그거 말리는 게 쉽지 않긴 해. 근데 우리 딸 너무 사랑해서, 키우는 게 힘든 건 절대 아니야."

현실적인 교육타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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