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는 슬픔을 위로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바다야 바다야
슬픈 서해 바다야
수년 세월 한스러움에
속 검게 탄 갯벌을 품었구나
네 슬픔 나의 슬픔
같이 울어보려 마주 서니
애처로웠는지
귀찮았는지
어떤 슬픔이 바다만큼이랴
철없는 나 꾸짖고
너른 바다 큰 물답게
그깟 슬픔 잊으라 한다
죽음의 상처 안은 네가
모진 슬픔 겪은 네가
세월 속 슬픔으로
평생을 울어야 했던 네가
그 슬픔 감추고
나의 슬픔
위로하는구나
슬픈 바다야
피서철에도 서해바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은 아닙니다. 왠지 쓸쓸하고, 어두운 갯벌의 이미지 때문인지, 들뜬 마음의 사람들은 동해안이나, 여건이 되면 남해안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해지는 서쪽 바다에는 아름다운 일몰이 있습니다. 날씨가 흐려 빛이 없어도, 은은한 일몰은 사람들을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세상의 고초를 겪어본 사람에겐, 쓸쓸히 지는 태양에 자신의 인생을 투영시키는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해안을 좋아합니다.
혼자 찾아가는 서해바다는 적막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바람이라도 세게 불라치면 그 냉정함과 차가움이 피부에 닿습니다. 그러면 왠지 서글퍼지고, 살아온 인생의 아픈 순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시콜콜히 그 마음의 때를, 상처를 꺼내 위로받지 못합니다. 마음 깊숙이 덮고, 삭히고, 묻어버리고 삽니다.
서해 바다는 민족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와 죽음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는 바다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트라우마가 된 큰 상처를 가진 서해 바다 앞에 섭니다. 그 순간, 나의 작은 슬픔을 고백해도 될 것 같습니다. 겪어 본 자 만이 상대방의 아픔을 알 듯, 서해 바다는 누구의 아픔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서해바다의 거대한 슬픔의 에너지가 나의 슬픔을 덮고, 잊게 만듭니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순간입니다.
서해바다는 슬픕니다. 그 슬픈 바다에서 슬픔을 치유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