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의 절망 속에 희망을 보다
눈꽃이 피었다
온 산에 꽃이 피었다
나뭇가지 끝에 살포시 내려
꽃이 되었는가
깊은 겨울, 꽃 바라는 이를 위해
밤새 몰래 피었는가
2024년 12월, 겨울
무도하게 닥쳐온 추위와 바람이
선량한 생명을 죽이려 한다
추위가 몰고 온 폭력은
세상을 두려움으로 떨게 만들었다
무자비한 겨울의 공포가
시작되었다
냉혹한 추위는
몸과 마음을 죽이려 한다
어찌해야
이 절망에서 희망을 볼까?
눈꽃이라도 피면
봄이 올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셀 수 없는 하얀 눈꽃이 내렸다
꽃은 순식간에 대지로 퍼져
하얀 들판을 덮었다
눈꽃의 열기가 퍼졌다
점점 더 뜨거워졌다
얼었던 땅도 녹일 기세로
내내 타올랐다
계절 바뀌어 봄 오면
눈꽃은 흔적도 없을 것이나
추운 겨울 당당히 피어서
생명들을 살려내고 있었다
눈꽃이 핀다, 눈꽃이 핀다
꽃이 커진다
봄은 그만큼 가까워진다
요즘 겨울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눈이라도 펑펑 내리는 날, 동심에 빠져 눈사람을 만드는 일도 없습니다.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괜스레 설레던 마음도, 연말을 누구와 함께 보낼까 고민하던 것도 다 옛말입니다. 요즈음은 겨울을 그렇게 맞이하지 않습니다. 겨울임을 알 수 있는 것은 12월의 낭만도, 시끌한 분위기도 아닙니다. 그냥 추위와 마음속 냉기입니다.
2024년 겨울은 공포스러웠습니다. 한 인간이 무한 권력과 망상에 빠지면 어떤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모든 사람이 강제로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한 명의 소시민이 가장 든든하게 믿던 국가라는 안전 울타리가 하루저녁에 그 기능이 상실되었습니다. 죽음의 공포가 추운 겨울 살을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황당하고, 불안하고,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며칠 사이 급박한 위험이 사라지고, 시민들과 일부 군인들의 용기 덕에 봄을 맞이할 희망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추위는 당분간 계속되었습니다. 이 냉혹한 추위를 이겨내려, 순수한 하얀 마음이 모여 눈꽃을 뿌렸습니다. 온 길거리에 눈꽃이 덮여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눈꽃은 끝없이 내렸습니다. 그 꽃이 끊이지 않음을 보며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봄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꽃이라도 피었기에, 엄혹한 겨울을 이기고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소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기)
그 눈꽃 덕에 마침내 봄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