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이 겪어내는 인생을 응원합니다
1. 나이의 습격
천방지축으로 뛰놀던
혈기 왕성했던 사춘기 소년이
사십 대가 되었다
20대가 조금 지난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밀어닥친 40대가
철없던 삶을 빼앗아 갔다
나이에 기습당했다
아저씨라는 낯선 호칭에
중년이라는 타이틀이 강제되었다
이 중년이라는 호칭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한 사이즈 큰 양복 같다
사회 초년생을 막 벗어났는데
아직은 그럴듯한 성취도 없는데
어느새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다
2. 사라진 아내
어느 날 아내가 없어졌다
그 자리에 엄마로 변신한
그녀가 서있다
품 안에 아이들은 금방 자라서
말없이 나의 눈치를 보고
나도 그 아이들의 눈치를 본다
아이도, 아내도,
다 멀어진 상실감에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데
힘든 타령 했다가는
별 볼일 없는 놈이
못난 놈까지 된다
조용히 상황을 파악하고
군소리 없이 살아가는
믿음직한 가장이 되기로 한다
3. 참고 견뎌내기
이렇게 졸라맨 마음은
가끔 소주와 친구들에게
치유받는다
생활 속에서 다친 소심한 상처들은
그저 덧나지 않게
일회용 밴드를 붙였다
상처를 들켜서는 안 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래야 아내를 안심시키고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집도 사고 아이를 졸업시킬 수 있다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성공자의 반열에
당당히 오를 수 있다
4. 깨져버린 청년 환상
벌써 아저씨이기에는 좀 억울하다
나 스스로에게 아직 젊음을
증명하고 싶다
그러나, 밤새워 일해도
하루면 괜찮아지던 몸이
웬걸, 후유증이 며칠씩 간다
야속한 세월에 시달린
이놈의 몸뚱어리는
나의 아저씨 됨을 고지한다
정기검진의 수치들도
청년의 환상을 과학적으로 깨뜨리며
중년 인증 날인을 한다
그래도 한번 속으로 외쳐본다
몸은 안 따라 주지만
마음은 아직 청년이라고
아직 남아있는 야망이 있고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그런데 막상
무엇을 하려고 하면
열정도 없고 돈도 없다
5. 사십 대 살아내기
사십 대가 지나간다
남성이 누리는
젊음과 관록의 최정점이어야 할
그러나 이도 저도 이루지 못한
어쭙잖은 아저씨의 시간으로
찬란한 젊음의 끝자락이 소비된다
이제는 실패하면 안 된다
10대의 사춘기가
낯선 세상에서
방황의 몸부림이면
40대의 사십춘기는
세상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필사의 몸부림이다
20대의 실패는 경험이지만
40대의 실패는 인생 추락의 적신호다
한발 한발 조심스럽고 두렵다
그 사십 대를 산다
젊은 아저씨들이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사십 대의 삶을 돌이켜 봅니다. 치열했고, 아직 젊었고, 조금만 노력하면 정상이 눈에 보일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젊은 아저씨들은 불평과 불만을 얘기할 틈도 없이 눈앞의 먹잇감을 잡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립니다. 조금만 더 뛰면 그 먹잇감이 금방 잡힐 것 같습니다.
어쩌다 잡기도 합니다. 대단한 성취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성취는 또 다른 성취욕구를 자극합니다. 더 큰 성취를 위해 끊임없이 달릴 수 있는 연료를 공급받습니다. 그러다 일 잘하는 기계가 되어갑니다. 결국 가족의 일원이기보다는 사회의 일원으로 삽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야 했나,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그때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40대면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숙한 남성을 떠올립니다. 무언가 성취했을 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사회는 사십 대의 남자가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나 크고 복잡합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사회적 명성을 얻기에도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40대에 들어선 중년은 초조해집니다. 아이들이 크고 있으면 더 그렇습니다.
40대의 중년이 되면, 내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의 멋진 나를 완성할 수 있는 작전타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40대 남성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이 시간을, 젊음의 패기와 경험의 지혜를 갖춘 인생의 가장 멋진 순간으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