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7_그렇게 해서 행복하다면야
얘들아, 제발...(2)
우리 어학원은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생겼다.
긴 복도의 양 끝에 현관과 강당이 있고 복도 양 쪽으로 교실들이 줄지어 있다.
'긴 복도'
남자아이들에게 '긴 복도'라는 공간은 특별하다.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특별한 공간이라는 것을 이곳으로 이직을 하며 알게 되었다.
특히 남아 비율이 높은 우리 반의 경우에는 서로가 서로를 보고 배우는 시너지 효과까지 발생하여 '긴 복도'라는 공간은 더더욱 특별하다.
요즘엔 신학기 상담할 때 학부모님들께 사전에 말씀을 드린다. 아이들이 보면 반드시 뛰어야 할 것 같이 뛰고 싶게 생긴 복도가 있다고. 그래서 뛰는 친구들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다칠 위험이 있어 더더욱 뛰지 않도록 지도한다고.
실장님과 현관 가까이에 있는 프런트 데스크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수업을 마치는 벨이 울렸다. 우리 반 아이들은 이제 강당에서 체육 수업을 마치고 다음 수업을 위해 현관 가까이에 있는 교실로 이동해야 한다.
저 멀리 강당 교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이 나왔다. 한 줄로 나란히 나오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려던 찰나, 내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반 모든 남자 친구들이 나와 실장님 쪽을 향해 오는 모습들이 장관이었다.
심플하게 뛰어오는 아이는 차라리 양반이었다.
뛰어오는 친구 뒤로
복도 벽에 몸을 데굴데굴 굴리며 오는 아이,
복도 한가운데를 빙글빙글 돌면서 오는 아이,
옆으로 꽃게처럼 오는 아이,
한 발 멀리 뛰기를 하며 오는 아이,
쭈그려 앉아 오리걸음으로 오는 아이,
토끼처럼 총총거리며 오는 아이 등
그 긴 복도를 단 한 명도 같은 자세로 오는 남자아이들이 없었다.
어쩜 이렇게 다들 다양할 수 있는지!
그들의 창의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행복한 얼굴로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며 실장님과 헛웃음만 지었다.
평소였으면 똑바로 천천히 걸어오라고 아이들을 멈춰 세우고 지도했을 텐데 한 명도 빠짐없이 제각기 다른 포즈로 다가오는 모습이 슬로우로 보이면서 생활지도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무엇보다 너무 신나 보이는 표정을 보니 할 말이 없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 표정을 지우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실장님도 같은 생각이셨다.
"어떻게 단 한 명도 똑바로 걸어오는 친구가 없는 걸까...?"
"어떻게 단 한 명도 나와 얼굴을 마주 보며 오는 친구가 없는 걸까...?"
실장님과 대답 없는 질문들만 주고받은 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해서 너희들이 행복하다면야.
다치지만 말자.
얘들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