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대구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이야기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평소에는 엄마가 글을 써오셨지만, 오늘은 내가 엄마를 대신해서 직접 글을 써보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긴 글을 써보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은 긴장되고 낯설다.
엄마가 글 쓰는 모습을 옆에서 자주 봐왔지만 막상 내가 직접 해보려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용기를 내서 내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내가 오늘 쓰려는 이야기는, 바로 내가 처음 개인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심정과 그때의 기억들이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두 달 전.
그날은 아마도 내가 절대 잊지 못할 날 중 하나일 것이다.
그전까지는 늘 대학병원에만 입원했었기 때문에, ‘개인병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일지 상상도 못 했다.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미 나에게 두려움과 불안의 상징이었는데, 처음 보는 낯선 환경까지 더해지니
긴장감은 몇 배로 커졌다.
대구병원에 도착했을 때 나는 너무 당황했다.
대학병원에서는 항상 입원복을 입고 있었는데, 여긴 그런 것도 없었다.
병원 복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왠지 모르게 어수선하고 시끄러웠다.
‘내가 여기서 어떻게 지내지…?’
‘과연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안고 서성이고 있을 때, 어떤 언니가 내게 먼저 말을 걸어줬다.
사실 그때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 언니가 뭐라고 말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는 사실만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조금 뒤, 간호사 선생님께서 내가 지내게 될 병실을 소개해주셨다.
그런데… 방에 들어서자 보이는 건 60대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들뿐이었다.
내 또래 친구는커녕 젊은 사람도 없었다.
그 광경에 또 한 번 멍해졌다.
‘여기서 나 혼자 어떻게 버티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괜히 어색하게 방 한구석에 앉아있었다.
몸도 마음도 굳어버린 채로.
그날 나는 저녁 늦게 입원했기 때문에, 병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소등 시간이 되었다.
다들 잠을 청하려고 조용해졌지만, 나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불안하고 낯설고 두려운 마음에 온몸이 긴장되어 눈을 감아도 잠이 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조용히 병실 밖으로 나와 간호사실 쪽으로 걸어갔다.
대학병원에서는 그냥 간호사 선생님들이 바로 와주셨는데,
여긴 그런 시스템도 없었다.
간호사실 창문을 두드려야 했다.
그게 너무 낯설고 부끄러웠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더 컸기에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창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내가 너무 작게 두드린 탓인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 두 분이 있었는데도 내가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셨다.
순간 서러움과 불안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 지금 완전 혼자인가 봐… 아무도 내 소리를 듣지 않아…’
그렇게 점점 더 불안해진 나는 급기야 병원 복도 한쪽에 있던 ‘구조함’에 올라가 두 주먹으로 세게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간호사 두 분이 깜짝 놀라서 뛰어나오셨다.
나는 이미 너무 흥분한 상태였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그런 나를 진정시키려 애쓰셨고, 급하게 나를 둘러업듯이 안고 5층으로 데려가셨다.
원래 나는 4층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5층 병실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PLCU’라는 곳으로 옮겨졌다.
PLCU… 이름도 생소하고 낯선 그곳은 일종의 안정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냄새는 심했고, 구석에는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여긴 대체 어디지…? 나… 괜찮은 걸까…?’
온몸이 떨렸다.
하지만 그렇게 무서워 떨고 있던 나에게, 어느 순간 키도 크고 잘생기고 친절해 보이는 남자 간호사 한 분이 다가오셨다.
그분은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조금 힘들겠지만, 주사 하나 맞고 조금 자요.”
그러더니 내게 안정제 주사를 놔주셨다.
주사를 맞자 몸이 금세 나른해졌고, 그토록 오지 않던 잠이 몰려왔다.
눈을 뜨고 다시 현실을 마주했을 때, 나는 그곳이 안정실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실감했다.
그 후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안정실에서 보냈다.
원래 5층 병실에도 자리가 없었고, 또 내가 사고도 많이 쳤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입원 첫 5일 동안은 거의 안정실에서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2일쯤 지났을 때였나…
내 주치의 선생님께서 나에게 친구들을 소개해주셨다.
처음엔 ‘이 사람들은 또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겁도 났지만, 막상 만나보니 다들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모두 조금씩 마음의 아픔을 가진 친구들이었지만,
처음 만난 날부터 내 손을 꼭 잡아주고,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었다.
그 친구들이 있었기에 나는 이 낯설고 무서운 병원 생활을 조금씩 견딜 수 있었다.
내 주치의 선생님은 성격이 좀 독특하긴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정말 좋은 분이셨다.
그리고 5층 간호사 선생님들도 다들 따뜻하고 친절하셨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여기는 대학병원과는 정말 많은 게 달랐다.
보호 시설은 허술했고, 환자 수에 비해 간호사와 보호사 인원은 너무 적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심각한 환자들이 많았다.
온몸에 자해 흔적이 가득한 사람들, 심한 조현병 증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심지어 치매로 정신이 혼미한 할머니들까지…
처음엔 정말 너무 무서웠다.
낮이고 밤이고 계속 긴장했다.
언제 누가 소리를 지를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내 곁에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내 손을 꼭 잡아주었고, 웃어주었고,
내가 울고 싶을 때 옆에서 같이 있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
조금씩… 정말 아주 조금씩…
이 낯설고 무섭기만 했던 개인병원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혹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댓글 많이 남겨주세요.
내가 또다시 용기 내어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