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시작함에 있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나는 2022년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고 난 후, 좋은 것만 보며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선택한 것이 책 읽기였고, 자연스럽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무언가를 결심하면 일단 실행부터 하는 편이다.
한 번 도전해 보고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끝까지 하는 거고, 하다가 지치면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경험에 비해 성과가 없다는 것이 나의 큰 단점 이긴 하지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해 보기로 했다.
나는 틈날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아무 글이나 끄적일 수만은 없었다. 글을 쓸 때, 특히나 책 출간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려면 하나의 뚜렷한 주제가 필요했다.
주제가 여러 갈래로 분산이 돼버리면 글의 방향도 산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생각은 하나였다.
"나도 할 수 있다"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은 영향 때문인지, 늘 그런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
"책을 쓴 저자도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인데, 나라고 책 한 권 못 낼 게 뭐 있어?"
이 주제로 글을 쓴다면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대략의 목차를 정리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려면 계획을 필요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처음에 계획했던 목차 그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이 50에 책을 쓰기로 한 도전"에 초점을 두어 글을 썼다. 늦은 나이에 책을 쓴다는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최근 글의 주제를 조금 바꾸기로 했다.
망막색소변성증의 진단 이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언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을까?"
진행성 안과 질환이기 때문에, 눈 상태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 계획했던 주제에, 내가 겪고 있는 이 병에 대한 이야기까지 까지 추가하기로 했다.
"위기를 기회로, 불행을 콘텐츠로"
몇 번의 수정 끝에, 책의 제목도 이렇게 결정한 것이다.
"50, 실명 앞에서 베스트셀러를 꿈꾸다"
아무튼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계획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계획은 아무 의미가 없다.
머릿속에만 있는 지식은 죽은 지식에 불과할 뿐이다. 행동하면서 배운 것만이 진짜 내 것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행동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계획에서 틀어졌다고 해서 그만두는 게 맞을까?
아니다. 계획을 수정하면 된다.
나는 글을 쓰면서도 처음 세운 기본적인 주제는 유지한 체, 목차와 세부적인 내용들은 자유롭게 바꿔가기로 했다.
그래서 "50, 실명 앞에서 베스트셀러를 꿈꾸다."라는 제목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글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든 계획대로 흘러가는 법은 잘 없다.
하지만 처음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그때그때 수정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성장이고, 진짜 도전이 아닐까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