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향이 나는 情과 함께
설 연휴가 지나고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눈에 띄는 날짜가 있었다. 바로 발렌타인데이! 남편과 나는 결혼 전 연애 기간이 긴 편이다. 그러다 보니 연애 초반에는 이것저것 만들어 주기도 하고, 선물도 주고받았었는데.... 이벤트가 점점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선물 대신 데이트에 힘주는 날로 바뀌었다.
결혼, 신혼이라는 것은 무언가 알지 못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귀찮아하다가도 '그래도!'라는 접속부사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도! 준비해 주면 남편이 기뻐하지 않을까, 놀라지 않을까 같은 기대감과 함께 말이다.
더욱이 '요리일기'를 작성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더 채워주려고 시작한 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요즘 디저트를 검색해 보니 솔방울 모양의 딸기초코 케이크가 많이 보였다. 처음 사진을 보고는 손이 많이 갈 것 같아 하고 바로 넘겨버렸는데, 친한 언니가 디저트를 고민한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는 링크를 하나 보내주었다. 솔방울 딸기초코 케이크 만드는 영상이었다. 신경 써준 언니가 고마워 영상은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확인했는데, 보이는 것만큼 과정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어렸을 적 미술 시간 활동같이 보여 조금은 재밌어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처음 어렵겠다고 느꼈던 것처럼 완성작이 예뻐 보여 솔방울로 결정!
사용한 재료
딸기
초코파이(몽쉘, 오예스) - 딸기 1알당 1개
콘푸로스트다크초코
로즈마리
추천 추가 재료
슈가파우더
디저트 사이즈에 비해 초코파이가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너무 많이 먹었다간 과다하게 당을 충전할 것 같아 우선 3개만 준비하기로 했다. (시작은 그러했다....)
초코파이 3개를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려준 후 반죽처럼 잘 으깨준다. 이때 느낀 점은! 다음번엔 초코파이 대신에 무조건 오예스나 몽쉘로 해야겠다! 전자레인지에 돌려주었음에도 초코파이는 조금 뻑뻑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경우 우유를 조금 넣어주기도 하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우유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열심히 반죽을 만들었다.
위생 장갑을 낀 후 반죽을 조물조물하니 윤기와 함께 초코색이 더 나타났다. 딸기는 사실 많이 필요하지 않다. 맛있지만 요즘 너무 비싼 딸기, 기회다 싶어 한 팩을 구매했다:) 그중 솔방울 모양을 내기 좋을 것 같은 아이들로 골라 꼭지를 정리해 주었다. 반죽을 펼쳐서 딸기를 감싸는 것이 너무너무너무 어려웠다. 반죽이 너무 되서 그런지 계속 끊어졌는데, 아마 날씨가 춥다보니 금방 차가워져서 굳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분명 영상이나 다른 글들은 그렇지 않던데, 내 반죽은 너무 푸석해 보였다.
분명 3개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딸기 하나를 뭉개버려 결국 2개만이 살아남았다.
완성된 초코에는 시리얼을 돌아가며 꽂아준다.
이미 반죽이 많이 굳었는지 시리얼을 꽂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잘 안 꽂히기도 했고, 부서지기도 했다. 결국 남편 것만 예쁘게 마무리하고, 내 것은 중간에 포기해 버렸다. 남편에게 이벤트 해 주는 게 목표였으니, 하나면 되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한번 쓰고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 구매하지 않은 슈가 파우더가 계속 생각났다. 내 손이 이렇게까지 똥손인 줄 알았다면 슈가파우더로 조금 더 예쁘게 가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준비한 비장의 무기, 로즈마리가 희망적이었다! 워낙 향이 좋기도 하고, 솔잎처럼 느낌을 내주고 싶어서 별도로 준비했다. 로즈마리는 조금 태워주면 향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불로 살짝 그을러 주었다. 예상대로 그릇에 올려두니 훨씬 더 느낌이 살았다:)
주말 아침, 솔방울 케이크와 커피 그리고 활기찬 음악까지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남편을 깨웠다. 집에는 초코향과 더불어 방금 그을린 로즈마리 향이 향긋하게 퍼져있었다. 남편은 디퓨저를 새로 산 줄 알았다며 눈을 비비고 일어나더니 테이블을 보고 깜짝 놀란다. 자리에 앉히고는 마치 레스토랑의 서버처럼 발표를 시작했다.
이번에 준비해 드린 메뉴는요~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에 영감을 받아
우리도 변함없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솔방울 모양으로 준비해 보았고요,
발렌타인과 어울리는 레드색의
제철과일 딸기와,
솔잎 대신 그 느낌을 주면서 향을 더할 수 있는 로즈마리 잎을 곁들였습니다.
로즈마리는 더 강한 향을 내기 위해 살짝 그을려 드렸으니 참고하세요.
Bon appétit !
너무 좋아하는 남편을 보니 나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무엇보다 아침에 여유 있게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이렇게 장난을 치면서 같이 대화하는 것도 너무 좋아 한 번씩 준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덧.
고생한 날 위해서도 약간의 데코를 더해주었다. 생긴 것은 영 예쁘지 않지만 그래도 잘라놓으니 색감이 예뻤고, 디저트를 먹는 내내 올라오는 로즈마리향이 기분을 모두 풀어주었다. 다음엔 훨씬 잘할 수 있을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