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vs 앞다릿살
당연하게도(?) 나는 김장을 할 줄 모른다. 엄마가 김장하실 때 옆에서 거들긴 했지만 시키는 대로 했을 뿐 , 김장의 프로세스는 잘 알지 못한다. 나에게 김치 담그는 날은 그저 수육 먹는 날이었다. 남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우리는 김치를 사 먹곤 했는데, 시댁에서 감사하게도 김장김치를 보내주셨다.
내겐 한 번씩 반찬을 나눠주는 고마운 친구가 있다. 항상 고마웠던 차에 받은 김치가 맛있기도 하고 양도 많아 친구에게 조금 나누어주었다. 그 후에 집에 초대하더니 식사를 대접해 주었다. 내가 준 김치라는 말과 함께 돼지고기 김치찜을 준비해 주었다.
우리는 김치를 반찬으로 먹거나 고기를 구울 때 같이 구워 먹는 정도로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해준 김치찜을 먹어보니 너무 맛있는 게 아닌가! 나는 조용히 친구에게 물었다. "역시 넌 대단해, 김치찜은 너무 어렵겠지?", 친구가 응원하듯 말해주길 "엄청 쉬워, 할 수 있어!"라며 조리법을 술술 읊어주었다. 그 친구의 초간편 설명에 직접 김치찜을 할 용기를 얻었다.
김치찜 요리를 결심한 후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로 할지, 앞다릿살로 할지 고민하다가 '구이는 삼겹살, 찜류는 앞다릿살'로 결정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사용한 재료
돼지고기 500g
김치 1/3 포기
물 500ml
맛술 약간
파 약간
다진마늘 약간
간장 약간
어간장 1.5스푼 (액젓 대용)
설탕 1스푼
식용유
제외한 재료
김칫국물
고춧가루
식용유를 두르고 중강불에 고기를 올렸다. 고기를 미리 데쳐놓으면 잡내 제거에 도움이 되어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찜에 넣을 파와 마늘을 준비한다. 파는 조금씩 구매해서 사용하다가 이번에는 한 단을 구매해 초록 부분은 잘게 썰어서 냉동해 두고, 하얀 부분만 크게 썰어 남겨 두었다. 파만 썰어 얼려놨을 뿐인데, 뭔가 요리하는 집 느낌이 난다. 나중에 라면을 먹을 때라도 꺼내 먹으면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집에 다진 마늘이 똑 떨어져 버렸다. 쉬고 있던 남편을 불러 오늘 요리는 함께 하는 요리라며 마늘을 넘겨주었다. "자, 이제 마늘을 다져줘!"
고기가 노릇해지면 김치를 함께 올려둔다. 고기와 김치가 잘 잠기게 물을 부어준 후 파와 다진 마늘을 함께 넣어 중약불에 끓인다. 그리고 드디어 맛술! 요리할 때마다 진을 넣었더니, 어느 날 퇴근길에 남편이 직접 맛술을 사 왔다:)
그다음은 인내의 시간이다. 최소 30분 정도를 푹 끓여준다. 뚜껑이 없어 주방의 선반을 모두 열다가 기름이 튀지 않도록 막아주는 팬 덮개를 찾아 뚜껑 대신 사용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인내의 시간을 보낸 후 덮개를 열어보니 고기와 김치가 꽤 익었다. 김치의 신맛을 조금 잡아주기 위해 약간의 설탕과 간장/어간장으로 간을 조금 더 해주었다. 기호에 따라 간을 맞추면 좋을 듯하다:)
집에서 요리하다 보니 큰 장점 중 하나는 우리 입맛에 맞게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달지도 너무 시지도 너무 맵지도 않은 김치찜이 완성되었다. 대부분 김치찜에는 김칫국물과 고춧가루를 추가한다. 특히 고춧가루를 넣어주면 색이 더 돋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극적으로 먹으면 장이 아파하는 남편을 위해 일부러 두 개는 제외했다. 조금 덜 예쁘지만, 훨씬 더 많이 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한참 하던 중 남편이 나를 쳐다보며 갑자기 고맙고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평상시에도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진지하게 이야기해 주는 남편에게 나도 고마운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특히 이날은 기분이 좋지 않아 일을 잊고자 요리했던 날이기도 했다. 맛있는 김치찜과 따뜻한 한마디에 좋지 않았던 감정이 스르르 녹아버렸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요리를 시도하면서 가장 요리의 즐거움을 맛본 날이라 할 수 있겠다.
새삼 신경 써서 김치를 주신 어머님께도, 응원을 해 준 친구에게도, 맛있게 먹어준 남편에게도 감사하고,
열심히 시도한 나에게도 손뼉 쳐주는 그런 하루로 갈무리할 수 있었다 :)
앞으로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