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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2, 2025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by 헤매이는 자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오늘 들은 그녀의 목소리가 밝았다.

어제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한층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오늘 어머님과 밖에서 식사도 하고, 효도하며 좋은 시간을 보낸다.

어머님께 예쁘고 건강한 얼굴을 보여주니, 이만한 효도란 없다.


저번주에 나와 함께 가서 맛있게 먹었던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단다.

똑같은 레스토랑에서 똑같은 메뉴를 먹었단다. 그녀가 더 보고 싶어진다.

어머님이 부러워졌다. 이렇게 예쁜 딸이 있으시다니.


무엇을 먹어도 그녀와 먹으면 더 맛있다.

그녀는 마술, 아니 마법 같은 사람이다.

허름한 것은 근사하게 만들어주고, 근사한 것은 더 환상적으로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내가 그녀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내 삶에 힘든 일이 오면, 그녀 덕분에 덜 힘들 것 같고,

내 삶에 기쁜 일이 오면, 그녀 덕분에 더 기쁠 것 같다.


나는 그녀가 필요하다.

이런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오늘도 그녀를 그리워한다.


다행히 그 레스토랑에서 그 메뉴를 먹을 때의 우리를 영상으로 찍어놨다.

그 영상을 돌려보며 회사에서 점심을 혼자 먹는다.

그녀와 함께 먹는 것 같아서 좋다. 영상 속 그녀가 -- 실물보다는 2% 부족해도 -- 정말 예뻐서 좋다.

영상 속 그녀는 겉옷 속 흰색 상의를 입고 있다. 겉옷을 벗는데 너무 빛이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녀는 객관적으로 미인이다.

22년 전에 봤을 때도 미인이었고, 지금은 더 미인이다. 내가 곁에 없는 사진들 속에서도 미인이다.

하지만 나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

오늘도 그녀는, 나와 같이 있기 때문에 그녀가 예뻐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나를 만나기 전의 그녀는 이미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를 만나고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받는 사람이 됐다.


내 앞으로의 인생의 과업은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설득시키는 작업이다.

내가 철썩같이 믿고 있는 그 팩트를 그녀도 느낄 수 있게 해주겠다.


오늘 대화하다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설득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야기했다.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영화를 볼지 하는 작은 문제에서부터, 정치 이념과 종교 같은 무거운 일까지,

사람들은 서로를 설득하고 변화시키려 하지만, 실은 나 자신조차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다.

그래서 역사는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고, 꽃샘추위의 날씨에도 양쪽 진영은 집회에 나선다.


나란 존재가 얼마나 황소고집으로 가득찬 존재인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런 나를, 사려깊은 생각과 경험에서 우러나는 논리로 설득시켜주고 보완해주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항상 결국 나를 따라와주는 그녀의 배려와 사랑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녀와 나에게 중요한 이슈와 주제들에 대해서, 서로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을 뿐 아니라,

더 뛰어난 식견과 시선을 가진 그녀에게 항상 자연스레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녀는 언제나 내가 생각치도 못한 부분을 깨우쳐준다.

그녀는 나보다 어리지만, 나의 영원한 선생이다.


그녀는 오늘도 나에게 평생 함께 하자고, 나를 평생 따라오겠다고 이야기해준다.

울컥하게 된다.


따라가야할 사람은 나야.

너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거든.




오늘의 그녀는 컨디션이 100% 가 아닌데도 어머님께 효도하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내가 예쁘게 봐주기 때문에 예쁘게 보일 수 있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받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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